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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경기회복·코로나19 극복 호재…치솟는 주가 앞에선 맹탕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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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외국인·백신 개발 등 악재를 호재로 바꾼 시장의 힘
코스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려
수급에 의한 상승, 생명력 짧아
경기회복 주가 희망가 부르기 전 금리상승 등 되짚어봐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 등 부담요인이 있었지만 분출하는 시장 에너지를 막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대선이 주가 상승의 결정적 계기였다고 얘기하지만 선거 결과는 사전에 가정했던 여러 시나리오 중 최악이었다. 그래도 주가가 상승했는데, 시장의 힘이 악재를 호재로 바꿔버린 것이다.


시장에서는 주가 상승의 원인으로 네 개를 꼽고 있다. 우선 매매주체가 바뀌었다. 11월에 외국인이 7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10월에 변화 조짐을 보이더니 갑자기 매수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개인투자자라는 단일 주체에 의존하던 주식시장 입장에서 보면 큰 원군을 얻은 셈이 된다. 외국인 매수가 코스피에 영향력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도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이었다. 반도체가 대표적인데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하자 해당 주식은 물론 유사성 있는 주변 종목까지 따라 올랐다.

두 번째는 백신 개발이다. 화이자를 시작으로 모더나,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심지어 러시아 기업까지 효능 좋은 백신을 내놓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은 코로나19의 사실상 종식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발생 전까지는 볼거리 백신이 역사상 가장 빠르게 개발된 백신이었다. 처음 실험에서 접종까지 4년이 걸렸다. 이번에는 개발 기간이 볼거리 백신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데 짧은 시간에 백신 개발이 이뤄진 만큼 접종 과정에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부작용의 정도다. 심각하지 않으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백신 이외 코로나19를 잠재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두 요인은 시간이 지나면 시장에서 영향이 사라질 것이다. 일회성이어서 장기적으로 주가를 끌고 갈 재료가 못 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외국인이 시가총액의 0.5%에 해당하는 순매수를 3개월 이상 지속한 적이 없었다. 주가가 높아 똑같은 돈을 집어넣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어든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수급에 의한 상승은 생명력이 짧다. 외환위기 직후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한창 사들일 때 석 달 동안 시가총액의 3%에 해당하는 주식을 매수한 적이 있다. 지금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60조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주가는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일 때 20% 가까이 상승했다가 매수가 끝난 후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백신 개발도 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연말에 백신 개발 성공은 임상 3상이 시작된 7월에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그런 만큼 영향력이 빠르게 사라질 것이고 추가적인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세 번째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다. 유동성과 백신 개발은 일시적인 재료이지만 경기회복은 시장의 근본을 바꾸는 중요한 요인이다. 국내외 경제 모두가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 과거 경제가 한 번 방향을 바꾸면 최소한 1년 반은 상승을 이어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내년까지 확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 전망 기관들이 내년에 우리 경제는 3%대, 세계는 5%대의 성장을 할 걸로 예상하고 있다. 회복이 이미 가시권내에 들어왔다. 미국의 구매관리자(ISM) 제조업 지수가 코로나19 이전 고점 수준까지 올라왔다. 신규 주문지수는 이보다 훨씬 높다. 고용도 좋아졌다. 미국의 실업률이 6.9%로 떨어졌고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도 70만건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역시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마지막은 저금리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그 덕분에 지금도 금리가 대단히 낮아 빚을 내 투자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상태다. 시중 금리가 4%에서 1%로 떨어지면 똑같은 이자를 물면서 네 배의 부채를 일으킬 수 있어 빚을 내 투자를 하려는 욕구가 생긴다. 그 원리가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주가다. 경기가 회복되고 금리가 낮아도 주가가 너무 높으면 시장이 힘을 쓸 수 없다. 높은 주가에 경기 회복 기대 등 호재가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하락하면 아무리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더라도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코로나19의 가닥이 잡히면 경제가 V자 반등을 할 거란 전망은 3월에 이미 나왔었다. 이를 감안하면 3분기 성장 회복은 물론 4분기 전망까지 주가에 이미 반영된 상태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문제는 내년이다. 상반기에 코로나19 3차 확산의 영향으로 경제가 일시 둔화될 전망이다.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서 미국의 5차 경기부양 대책을 끝으로 전세계에서 더 이상 경기 부양책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내년 하반기에 코로나19가 사라져 경제가 정상이 될 거라고 믿고 있는데 굳이 비용을 치러가면서 부양책을 내놓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금리는 바닥을 치고 올라올 것이다. 미국 새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금리 상승 요인이 된다. 현재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0.9%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해당 수치가 1.3%까지 올라 갈 수 있다. 이 상황이 되면 낮은 금리와 유동성 공급이란 주가 상승의 핵심 구도가 흔들리게 된다. 참고로 미국의 국채 수익률 1.3%는 코로나19 발생하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내리지 않았을 때 시장 금리의 최저 수준이다.


주가가 거침없이 오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흥분하는 게 당연하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낙관적인 전망이 힘을 얻는 것도 흔히 있었던 일이다. 그렇다고 마냥 휩쓸릴 건 아니다. 주가가 8개월만에 코로나19 때 저점보다 80% 이상 높아졌다. 외환위기와 911테러 직후를 제외하고 주가가 이렇게 빨리 상승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주가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3월에 낮은 가격이 코로나19와 경제 공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동력이 됐듯이 경기 회복과 코로나19 극복이란 호재가 높은 가격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직후처럼 금융시장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결과가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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