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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가장 중허지"…노인주거복지 열쇠는 '삼시세끼'[시니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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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밥이 중헌디

노인들 매일 겪는 가장 큰 난관은 '밥'
질병·치매 막으려면 식사 가장 중요한데도
균형 잡힌 식단은 불가능

노인복지주택은 질 좋은 식사 제공
대다수 노인, 건강한 노후 보내려면
중산층 위한 노인복지주택 필요

23만명 구독 노인주택 유튜브 채널
'공빠TV' 문성택 대표 인터뷰

지난 24일 경기 용인스프링카운티자이 식당에서 입주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 24일 경기 용인스프링카운티자이 식당에서 입주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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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날마다 겪는 어려움은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장을 보러 가기도, 주방에서 요리하기도 힘들어진다. 이러다 보니 아침, 점심, 저녁상에 똑같은 반찬이 올라가는 것도 예삿일이 된다. 돌봄이 필요해지는 75세 이상 노인들이 영양소를 골고루 챙긴 밥을 직접 차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노인주택 전문 유튜버로 2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공빠(공부해서 빠르게 나누는)TV'의 운영자 문성택 대표는 지난달 25일 "노인복지주택이든, 아파트 단지 안이든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식사가 제공되는 곳만 많이 생기면 노인주거 문제의 절반 이상은 해결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의사 출신인 문 대표는 "균형 잡힌 식사는 노인들의 건강과 직결된다"며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시기를 늦춰주고 치매에 걸리는 시점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문성택 공빠TV 대표.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문성택 공빠TV 대표.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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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주거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밥'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가 뭔가.

▲한의사를 20년 넘게 하면서 환자들을 많이 만났다. 주로 오시는 분들이 50대에서 90대까지 다양하다. 이분들에게 "식사 어떻게 하시냐"라고 물어보면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건 차치하고 하루 세끼를 제시간에 챙겨 먹기도 어려워하더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면 치매가 빨리 올 수 있고, 건강이 나빠져서 요양시설에도 일찍 들어가게 된다. 노인복지주택 같은 경우에는 영양사가 입주자들의 질병과 입맛까지 고려해서 식단을 짜준다. 중산층 노인들이 건강하게 여생을 보내려면 이런 식사를 받아야 한다. 중산층을 위한 노인주택들이 많이 지어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산층을 위한 노인복지주택은 비용 측면에서 어느 정도 수준일까.

▲내가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노인복지주택을 방문해보고 가격을 비교해보니까 보증금은 1억~3억원 사이, 월 생활비는 150만~250만원 정도 받으면 중산층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 생활비는 식비까지 전부 포함된 금액 기준이다. 매번 밖에서 사 먹거나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노인복지주택에 들어가면 영양도 챙기고 식비도 덜 쓰게 된다. 거기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보면 입소 후 생활비가 입소 전보다 더 적게 든다고 하신다.

-어르신들의 밥을 해결해 줄 노인복지주택이 우리나라에 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병원이 근처에 있고 교통도 편리한 수도권에는 노인복지주택을 짓고 싶어도 땅값이 너무 비싸다. 정부 차원의 보조가 필요하다. 정부가 수도권 공공용지를 50년, 100년씩 장기임대로 공급하는 게 방법이다. 민간기업들도 수도권에 입지 좋은 땅을 장기임대로 공급받을 수 있다면 중산층을 위한 노인주택을 지어볼 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이자가 워낙 높아서 사업자들이 지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노인복지주택 건축기금을 설립하는 것도 고민해 볼 만하다. 연기금을 활용해 노인복지주택 건축기금을 만드는 거다. 그걸로 민간기업에 투자하고, 수익률만큼 정부도 이득을 얻어가면 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노인복지주택을 지으려는 민간기업에 전향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 일본에서 중산층을 위한 노인주택이 급속도로 많아진 이유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 대출 지원이 있어서였다. 자본금 여유가 없는 사업자들도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24일 경기 용인스프링카운티자이 식당에서 영양사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식사를 가져다주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 24일 경기 용인스프링카운티자이 식당에서 영양사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식사를 가져다주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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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두 달 전에 노인주거정책 발표했다. 아픈 어르신도 노인복지주택에 입주하도록 법을 바꾸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노인복지주택은 원래 자립 가능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 번 들어가면 10년, 20년 머물면서 잘 안 나간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입주자 평균 연령이 80세가 넘는 곳들이 많다. 이런 곳들은 시간이 지나다 보면 모두 아픈 사람만 누워 있는 공간이 돼버린다. 노인복지주택은 혼자 걸을 수 있는 노인들이 건강을 최대한 유지하러 가는 곳이다. 아픈 분들이 가게 되면 그곳의 헬스장이나 영화관 같은 공용시설을 누릴 수가 없다. 이런 시설들을 쓰지도 못하면서 관리비만 다 내면 아깝지 않나.

효율적인 노인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주거'와 '의료'를 구분해서 운영해야 한다. 아픈 노인들과 건강한 노인들이 섞여서 살게 하면 이제 막 싹이 나고 있는 노인복지주택 산업이 완전히 뭉개질 수밖에 없다. 노인주거 형태를 좀 더 세분화하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 요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서는 지내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서 노인복지주택과 요양원의 중간 단계인 '케어실버타운'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노인복지주택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도 편찮은 어르신들이 "나는 왜 입주가 안 되느냐"라고 항의를 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가만히 둬도 문제가 되는 판에, 아픈 노인들도 입주가 가능하도록 법을 바꿔버리면 앞으로 소송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런 리스크 때문에 사업자들이 힘들어질 텐데, 그러면 누가 노인복지주택을 운영하고 싶어할까. 결국 노인복지주택 공급 자체가 지금보다 더 위축될 거다.

어르신들이 나이가 더 들고 거동이 불가능하게 되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셔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대다수 어르신이 건강하게 지내셔서 그곳에 가야 할 시간을 최대한 시간을 늦추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산층 노인들이 후기고령자가 됐을 때 큰 비용 부담 없이 살 수 있고, 무엇보다 영양 잡힌 식사를 받을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들이 많이 지어져야 한다.


문성택 공빠TV 대표.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문성택 공빠TV 대표.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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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택 공빠TV 대표는? 구독자 약 23만명을 보유한 실버타운 전문 유튜버다. 과학고와 카이스트(KAIST)를 졸업해 한의사로 20년 재직했다. 나이 든 환자들을 보면서 이들의 주거생활에 관해 관심 갖게 됐다. 부인 유영란 공동대표와 10년 전부터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실버타운 30여곳을 다녔다. 영상으로 체험리뷰를 올린 지는 4년 정도 됐다.

<특별취재팀>


17. 밥이 중헌디
"밥이 가장 중허지"…노인주거복지 열쇠는 '삼시세끼'[시니어하우스] 원본보기 아이콘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강진형 기자 ayms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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