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임춘한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의 상임위원회 강제 배정에 항의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당분간 통합당의 지도부 공백이 이어질 전망이다. 통합당 의원들은 16일 강제 배정에 항의하며 의장실을 방문했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찾았다.
통합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에서 긴급 비대위 회의를 열고 주 원내대표 사의 표명 등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소집으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지도부 공백과 관련한 향후 대응에 대한 논의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적인 원 구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원이 언제 구성될 것이냐고 하는 것은 여당 스스로가 잘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단독으로 원을 구성할 경우 모든 책임이 여당에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어제 의회 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가 일어났다"며 강제 상임위 배정을 비판했다. 성일종 비대위원은 "독재로 가는 길이 열렸다"며, 김미애 비대위원은 "6월 15일은 의회독재가 시작된 날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비대위에서는 후임 원내대표 선출을 논의하는 대신, 성 의원이 주 원내대표를 찾아가 복귀를 설득하기로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후임 원내대표 선출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계획은 없다"며 "(주 원내대표는) 당연히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정책정당으로의 변모'를 다시 한 번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대변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막다른 길에서 통합당이 무엇을 지향하는 정당인지 다시 한 번 새겨보자. 수도권 선거 패배에 대한 철저한 인식으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달라진 시대, 변하는 상황에 적응하려는 노력 없이는 생명력을 얻을 수 없다. 약자와의 동행을 하는 정책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이 미래에 대해 가지는 불안과 좌절이 크다.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이 장벽을 뚫고 나가자"며 "움켜쥔 주먹으로는 악수를 할 수 없다. (여당이) 손을 펴고 대화의 장에 나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 앞서 통합당 의원들도 강제 배정에 항의하며 의장실을 찾았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항의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사상 유례 없는 의회 폭거를 감행한 의장과 민주당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강제 배정된 상임위원을 바로 취소하고 철회해주기를 요구했다"며 "강제 배정된 상임위에서 국회 활동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보좌진협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최소한의 견제 장치인 법사위원장마저 빼앗아가는 것은 비판과 견제를 한 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마음을 읽기 바란다"며 항의했다.
이날 통합당이 전면적인 항의 의사를 표한 것은 국회가 통합당과 국민의당의 불참 속에 본회의에서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제1야당의 불참 속에 상임위를 배정한 것은 53년 만에 처음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6개 상임위 위원 명단은 박 의장이 강제 배정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본회의 직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주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날 예정된 원내대책회의는 열리지 않게 됐고 앞으로도 비대위가 향후 대책을 논의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177석의 수적 우위로 한 치의 양보 없이 밀어붙이고 있어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당 내에서는 '법사위원장을 내주고 실리를 챙기자'라는 실리파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법사위를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는 문제를 두고 국민 대다수가 우리 마음처럼 함께 분노해주시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사위를 뺏기더라도 국토, 정무, 농림해양수산, 산자중소벤처, 노동, 예산, 교육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의원은 '강경론'에 손을 들어준다. 성일종 통합당 비대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실리론을 주장하는) 소수의 의견은 있었다. 한두 분 정도 있으셨고 당연히 그런 안도 검토해야 된다"면서도 "그러나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대다수 의원은 법사위는 민주주의 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데 거의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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