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에 '까치(가치)담배'도 등장
신림역 근처 GS25 편의점. 정오가 가까워오는 시간이었지만 매장은 한적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미선(55·여)씨는 "오늘 손님이 원래 이 시간대 손님의 1/10 수준으로 줄었다"며 "밤 11시에 담배 재고를 진열해놓는 걸로 아는데 어제 밤에 다 팔려서 오늘은 진열장이 더 텅텅 비었다"고 말했다. 수량제한을 뒀지만 워낙 그동안 사가는 사람이 많아 쌓아둔 재고가 없다는 설명도 더했다.
사정은 일찍부터 판매수량 제한조치를 했던 세븐일레븐도 마찬가지였다.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던 세븐일레븐 신림역점 김인성(가명) 점주는 "오늘부터 재고 제한풀리는데 사실 어제부터 이미 재고가 없어서 담배 못 팔았다"며 "한 달 단위로 재고 주문하는데 금방 동이 났다"고 전했다. 이곳은 초역세권이어서 다른 편의점과 달리 손님은 간간히 있는 편이었다. 그는 또 "오늘 저녁에 담배 재고 들어오는 날인데 손님들이 생각보다 오는 걸로 봐서는 판매가 아예 드물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예전보다 손님이 줄어 매출이 안 좋을까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담배를 사러 온 손인준(26)씨는 "담뱃값을 올려도 한 순간에 끊기가 어렵기 때문에 계속 피기는 할 것 같다"며 "인상 전에 사재기를 하려고 해도 살 담배가 없어서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500원, 1000원도 아니고 두 배를 올리는게 말이 되나. 너무한 것 같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버스정류장 상점 가판대에는 한 개피에 200∼300원하는 가치담배가 판매됐다. 몇 일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가치담배가 가판대 정중앙을 차지한 것이다. 기자도 흡연자로 출퇴근을 이용해 매번 담배를 구매하는 상점이었기에 가판대 정중앙을 차지한 가치담배는 새롭기만 했다.
상점 주인인 김성래(79·여) 할머니는 "날씨도 춥고 요즘은 하루 종일 앉아 있어 봤자 2만원 벌기도 어려웠는데, 담뱃값이 오른다는 소식에 가치담배를 팔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담배의 종류에 따라 가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한 개피에 250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20년 전에는 가치담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판매가 잘 됐고 짭짤했다"며 "당시에는 솔과 은하수를 팔았는데 한 개피에 50원에 팔았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김 할머니와 대화하는 사이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목캔디와 가치담배를 구매했다. 직장인이라는 이 남성은 "가뜩이나 얇아진 지갑 때문에 힘든데 담뱃값마저 오르니 이참에 담배를 끊어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목캔디를 사려했는데 가치담배가 보여 한 개피만 더 피워야겠다는 생각에 가치담배를 구매했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담배제조사 관계자는 "상점주들이 가치담배의 판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담배는 담배사업법이 제정된 1988년 12월31일 이후 정해진 가격과 패킹으로만 판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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