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쓸 게 없다" 소비자, 생활화학제품에 '불안감' 호소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직장인 윤수연 씨(30ㆍ가명)는 최근 '독성 생리대' 논란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과거 문제가 된 깨끗한 나라가 제조한 '릴리안 생리대'를 쓰고 즉각적인 '생리 멈춤' 현상을 경험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릴리안 생리대를 시작으로 시중에 유통 중인 모든 생리대 제품을 대상으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윤씨는 "믿고 쓸 제품이 없다"며 화학 성분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케미포비아'(화학성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최근 논란이 된 '살충제 계란', '독성 생리대' 등의 여파로 공포심은 더 넓게 퍼지는 모습이다.
화학성분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식약처는 국가기술표준원과 협의해 어린이ㆍ성인용 기저귀에 대해서도 안전성 조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안전성 조사는 벤젠, 포름알데이드 등 VOCs 10여종을 중심으로 실시될 계획이다.
VOCs는 벤젠, 포름알데이드 등 대기 중에 쉽게 증발되는 액체 또는 기체상 유기화합물의 총칭으로,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노출되면 피로감, 두통, 구토, 현기증을 일으키고 장기간 노출시 신경과 근육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깨끗한나라는 지난 23일 문제가 된 릴리안 생리대 전 제품에 대해 환불 결정을 내렸다. 전날에는 릴리안 생산, 판매를 중단했다. 이는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생리량이 변하거나, 생리통이 심해지는 등을 경험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급증한데 따른 조치다. 소비자들은 유기농, 면 생리대 등 화학 제품 대체재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하지만 소비자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계란 구매 중단에 이르렀다. 이 여파로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의 계란 매출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이 됐다. 수요가 계란 한 판 가격도 6000원대에서 5000원대로 떨어졌다. 계란 한 판값이 5000원대로 내려앉은 사례는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 이후 10여개월 만에 처음이다.
케미포비아는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공론화되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정부 판정 기준 사망자 163명이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피해 보상이 완료되지 않아다. 피해 가족이 발표한 누적 사망자 수는 1230여명에 이른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특별구제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보상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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