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북·미관계가 날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양측을 오가는 메시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군사강대국인 미국으로서도,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선 이행을 강조해온 당사자로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외교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자신은 비핵화 대화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면서 주변 관료들은 비핵화가 선행해야 한다, 그전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식의 원칙론을 얘기하는 하는 접근법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최근 북·미 간 신경전이 군사적 대결로 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를 봉합하기 위해 서둘러 발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날 '한미훈련을 더 이상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29일(현지시간)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중단 또는 재개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자신의 발언으로 인한 논란을 수습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양동작전'은 자기 편의 작전 의도를 숨기고 협상력을 키우는데는 성공했지만, 적은 물론 아군의 판단까지 혼란하게 만들면서 북·미 협상 전망은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홍 연구실장은 "미국의 서로 다른 협상 전략이 계획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며 "북한이 미국을 향해 트럼프는 비핵화 합의 정신이 있지만 관료가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방북 취소의 단서가 된 '비밀 편지'의 내용이 외교적 결례임에도 외부에 알려진 과정에서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협상의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내용을 공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보낸 '비밀 편지'가 직접적인 방북 취소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CNN 방송은 이 편지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자칫 결딴 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이 편지에서 "비핵화 협상이 다시 위기에 처했으며 완전히 결딴날 수도 있다"며 "미국이 평화협정 서명을 향해 진전된 조치를 취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정권은 (협상) 과정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우리 정부는 폼페이오 방북 취소 이유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서한이 오갔음을 확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에서 (편지의)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을 들었지만 (미측에서) 편지 자체를 공유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강 장관은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신 보도에서 북한이 서한을 통해 비핵화 협상이 결딴날 수 있다는 경고성 내용을 담고 평화협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확인한 내용이 있냐'고 묻자 "그런 부분은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 가운데서는 나오지 않았으며 편지 자체를 본 것은 아니다"며 "언론이 봤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북한은 폼페이오 방북 취소 이후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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