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폼페이오 방북 취소…WP "김영철이 보낸 밀서 때문"(종합)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4차 방북 일정을 취소한 것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뒤 결정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이 커져 북·미 관계가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2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왜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했는가'라는 칼럼을 통해, 갑작스러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결정의 막전막후 상황을 소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지난 23일 방북 계획을 공식 발표했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취소됐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급작스러운 미국의 상황 변화와 관련해 로긴은 김 부위원장으로 받은 편지가 모종의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로긴은 2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4일 오전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았고, 이 편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이 편지를 본 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예정된 방북이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로긴은 "편지에 담긴 정확한 내용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 등이 방북 일정을 취소할 정도로 충분히 호전적인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앞서 새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결정을 알리는 트위터 글을 썼을 당시에 폼페이오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로긴은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사실 역시 중대한 상황 변화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로긴은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중단 등을 선언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는 않지만,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 가령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대북 강경파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 행정부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북한과의 협상은 끝났다고 인정할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이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으면 볼턴 보좌관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북한과의 갈등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볼턴 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그동안 한국전쟁 종전 선언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고 로긴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소개했다. 두 사람은 일단 북한이 먼저 양보를 한 뒤, 이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 뒤에야 종전선언이든 뭐든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로긴은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협상에서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수주 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한국과의 갈등 수위를 높일 수 있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