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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마지막 카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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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강덕수 STX 그룹 회장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보유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어떤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지 관심이 모인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대기업 구조조정 사례인 만큼 관련업계는 물론 재계 전반이 정책금융당국과 STX의 향후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2010년 유동성 위기 이후 계열사 전반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금호아시아나 방식이 한번 더 적용될지 주목된다.

29일 채권은행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은 최근 채권단에게 경영권을 포함한 회사보유 지분 전량을 맡기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후 계열사별로 처한 상황에 맞춰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맺고 채권단 주도의 자금지원을 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그룹 오너인 강 회장이 물러나지 않고 경영을 직접 챙기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2009년께 금융당국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적용했던 것처럼 당장 회사 부실의 책임을 물어 오너를 몰아내기 보다는 일정 부분 경영을 맡겨 정상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각종 프로젝트 수주 등 영업활동을 강 회장이 직접 지휘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강 회장은 지주사인 ㈜STX의 지분 9.9%를 비롯해 그룹 시스템통합업체인 포스텍 지분 69.4%를 보유하고 있다. 포스텍은 지주사의 지분 23.06%와 최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건설의 지분 37.8%를 갖고 있다. STX조선해양 등 대부분 계열사가 지주사 아래 있는 만큼 강 회장의 보유지분전량 담보제공은 사실상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권을 내놓을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우선 채권단 차원에서 회사채 만기를 일정 기간 늦춰주고 강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대처하는 한편 향후 각 계열사에 맞는 구조조정 방안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무리한 기업인수합병(M&A)으로 위기에 몰렸던 금호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었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당시 채권단에 의해 분리경영이 결정된 금호석화는 3년 만인 지난해 말 자율협약을 마쳤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 등 일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올해 말까지 자율협약이 예정돼 있으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정상화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해 해외투자 경영계획 승인까지 받은 금호타이어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반면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금호산업은 건설업황 부진이 이어진데다 일부 채권은행의 대출 회수 등이 겹치며 워크아웃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채권단 주도 아래 총수가 경영을 챙기면서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STX가 앞으로 맞닥뜨릴 구조조정 방안은 외형적으로 금호와 비슷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당시 대우건설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수조원대 풋옵션을 진행한 탓에 채권단은 금호그룹에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다시 매각하도록 했다. 무리한 M&A로 인한 그룹 전반의 재무부실을 털어내도록 한 조치였다.

조선ㆍ해운업을 중심으로 서로 업종이 연관된 STX는 몇년째 이어지고 있는 업황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주력 계열사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는데다 당분간 업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무리 영업을 잘 해도 당장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STX는 이미 지난해부터 채권단과 함께 STX에너지ㆍSTX OSV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부분 매각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으나 계열사 대부분의 금융권 부채가 상당한 만큼 아직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그룹 주력계열사 STX팬오션과 강 회장이 공을 들인 중국 내 조선소 STX다롄도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업황부진 탓에 마땅한 인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달 STX팬오션 매각이 불발되면서 STX조선해양에 대해 채권단자율협약을 신청한 강 회장은 ㈜STX에 대해서도 같은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자신이 보유한 지분 전부를 담보로 맡겨 채권단의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강 회장의 선택 역시 무리하게 경영권에 욕심을 내기 보다는 어떤 방법이든 회사를 정상화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 내부에서도 STX그룹 부실이 장기화될 경우 협력업체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처리방안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한두가지 방안으로 정상화하기에는 덩치카 크고 이렇다 할 '묘수'가 없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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