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도 웃고, 김정은도 웃었다…"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웃음 띤 김정은, 방명록 앞에선 심호흡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화동으로 부터 꽃을 받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오전 9시28분.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에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미소가 번졌다. 판문각을 걸어나와 계단을 내려올 때까지만 해도 느린 걸음을 옮기며 생각에 잠긴 듯했던 표정은 MDL 남쪽에 서서 기다리는 문 대통령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웃음으로 만개했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는 휴전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과 소회의실 사이에 있는 5㎝ 높이의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땅을 밟았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반갑습니다." 문 대통령의 한 마디에 그는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했을 말로 화답했다.

김 위원장의 깜짝 제안은 남쪽과 북쪽의 땅이 하나였음을 보여줬다. 자유의집과 북측 판문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직후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MDL 북쪽 땅을 밟았다. 한걸음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던 북녘 땅. 땅은 원래 하나였고 연결돼 있었음을 두 최고지도자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확인시켰다.

우리 쪽 어린이 두 명에게 꽃다발을 받아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내내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서로의 웃음에 긴장이 좀 풀린 듯 보였다. 두 정상은 전통의장대를 앞세워 나란히 레드카펫을 따라 이동하면서 줄곧 대화를 이어갔다. 언어도 하나였다.

김 위원장은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지 약 5분 만에 공식환영식 행사장에 도착했고 단상에 올라 국군의장대를 사열했다. 안내를 받아 우리 쪽 인사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그에게 문 대통령은 등 뒤에 손을 올려 가볍게 두드리기도 했다.

9시42분. 문 대통령과 함께 평화의집으로 들어선 김 위원장은 방명록 작성용 책상에 앉았다. 크게 심호흡을 하는 듯 보인 그는 65년 분단의 역사를 만든 현장에 앉아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