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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도 안 낼 거면 오지 마" 물가 상승에 축의금도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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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예식 비용, 코로나19 이후 심화
10만원 축의금도 눈치 보며 내는 실정
"5만원 축의금, 식권 받지 않아야 한다는 룰도"

최근 물가 상승에 예식장 대여비와 식비 등 결혼식에 드는 비용 역시 고공행진 하면서 축의금을 두고 하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축의금 액수가 늘어났다며 이른바 '축의금플레이션'(축의금+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마저 나올 지경이다.


"10만원도 안 낼 거면 오지 마" 물가 상승에 축의금도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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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시내 웨딩홀 6곳의 예식 비용을 확인한 결과, 1인당 식대는 평균 8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 최소 6만6000원에서 최대 10만8000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했고, 성수기(통상 3~6월, 9~11월)와 비수기(12~2월, 7~8월) 사이에는 17%가량 가격에 차이가 났다.

호텔 웨딩홀에 식대를 문의하자 지출 비용은 크게 올랐다. 서울 호텔 웨딩홀 3곳의 평균 식대는 1인 기준 16만원으로, 적게는 13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을 받는 곳도 있었다.


홀 대관료도 적게는 수백만원대에서 많게는 수천만원대를 호가했다. 컨벤션 웨딩홀의 경우 생화 장식 비용까지 포함해 최소 600만원에서 1400만원대에 가격대를 형성했다. 호텔 웨딩홀은 생화 장식과 대관료, 무대연출 비용을 더해 2000만원 초반대에서 3000만원대까지 대관료를 받았다.


이 같은 결혼 비용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에 발간한 '결혼 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1인 기준 평균 식대는 3만3000원, 대관료(꽃장식 포함)는 3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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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예식 비용이 급증한 데는 코로나19를 전후로 예식장이 줄폐업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 시기 중소 예식장이 대거 문을 닫은 탓에 적은 수의 예식홀에 예비부부들이 몰리면서 대관료가 치솟았다. 외식물가 상승도 예식비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웨딩홀 관계자는 "성수기와 비성수기에 따라 예식 비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며 "이미 내년 1~2월 일요일 시간대는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전했다.


예식 비용이 치솟으면서 축의금 액수를 두고 하객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예전처럼 5만~10만원 선에서 축의금을 내기에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박모씨(35)는 "요즘 식대만 10만원 가까이 되니 축의금을 받아도 남는 게 없다는 주변 얘기가 들린다"면서 "10년 전 10만원이랑 지금 10만원이 같냐는 소리인데, 축의금도 물가 상승에 맞춰서 줘야 하는 건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급등한 식대를 고려해 10만원 밑으로 축의금을 지불할 시 결혼식장을 찾지 않는 게 일종의 예의라는 분위기마저 퍼지고 있다. 직장인 최지영씨(30)는 "직장 동료는 10만원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식대가 비싸져 이 정도 금액도 애매해진 감이 있다"며 "이제는 5만원을 축의금으로 낼 거면 식권이라도 받지 말아야 한다는 룰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축의금이 논쟁거리로 떠오르면서 직장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적정 액수를 정한 글도 눈에 띈다. 친밀도에 따라 절친한 친구는 20만원 이상, 직장동료는 10만~15만원, 친분이 적은 동료는 5만원을 내되 식에는 불참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 같은 논쟁은 축의금이 한국 사회에서 축하 의미보다는 교환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의 축의금 문화는 내가 준 만큼 받아야 한다는 인사치레에서 기인한다"며 "일종의 교환 성질이 강하기에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물가에 비례해 생각하는 측면이 부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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