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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칼럼]투기꾼 막던 규제 해제…中부동산정책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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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요 도시들이 투기꾼을 막기 위해 고안된 낡은 주택정책을 잇달아 폐지하고 있다. 항저우, 시안은 기존 주택 구매 제한을 폐기하고 ‘거주 목적’이든 ‘투기 목적’이든 상관없이 최근 모든 부동산 구매자들에게 팔을 벌리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다.


이는 주목할 만한 ‘유턴’이라 할 수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많은 도시가 여전히 기존 제한 조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상황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실제 베이징, 상하이에서도 조금씩 완화 조치가 시작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꾼을 겨냥한 중국 당국의 전쟁은 약 20년 전 시작됐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은 집값에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당국은 빠르게 투기꾼들을 향해 화살을 돌렸다. 이른바 ‘원저우 주택 투기군단’이라는 용어가 나온 것도 이때다. 당시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저장성 동부 항구도시인 원저우 출신 사람들은 중국 전역의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를 위한 ‘군단’을 형성했다.


이 수수께끼 같은 부동산 투자자 집단의 실제 규모와 힘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주택가격 폭등을 설명할 수 있는 이상적인 희생양이 됐다. 탐욕스러운 투기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중국 당국이 부동산을 통제·조정하는 정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당국이 저렴한 토지공급을 확대하거나 보유 비용을 높이는 등 부동산 가격을 완화할 수 있는 통상적인 정책 옵션을 건너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 시스템의 명시적인 목표는 과도한 주택가격 폭등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당국의 정책은 투기꾼과 실수요자를 구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중국의 부유한 주요 도시들은 거주 상태, 복지비용, 주택자금대출(모기지), 부동산 소유 기록 등을 기반으로 구매자를 사전에 선별하기 위한 정교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확실하게 집이 필요함을 입증한 사람만이 구매 자격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마치 돼지고기를 구입하기 위해 ‘고기 쿠폰’을 사용하거나, 셔츠를 사기 위해 ‘의류 쿠폰’을 써야만 했던 과거 중국 국가계획경제시대를 연상시키면서 ‘하우스 쿠폰’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러한 중국의 구매 제한 정책은 부동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크게 실패했다. 지난 20년간 각 도시의 주택가격은 몇 배나 치솟았다. 동시에 토지 공급과 주택 구매를 제한한 지역 당국의 조치는 오히려 토지 가격을 높게 유지시켰다. 이는 제한된 수량의 상품을 높은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헝거 마케팅’ 기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국의 토지제도, ‘통제와 조정’으로 요약되는 정책, 쉬운 자금 공급, 일반인을 상대로 한 투자 제약 등으로 중국의 각 가정은 부동산을 가장 매력적인 자산관리 옵션으로 여기게 됐다. 도시에 거주하는 부부가 단지 ‘하우스 쿠폰’을 추가로 얻기 위해 이혼을 신청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발생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 정책은 구매 수요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너무 적은" 상황으로 전환되면서 불필요해졌다. 이는 최근 중국 도시들이 가능한 많은 구매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전환하면서 제한 규제를 잇달아 해제하고 있는 배경이다.


"집은 살기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는 중국 주택정책의 기본 원칙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다른 메시지가 확인된다.


지난 20년간 중국에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토지, 재산 시스템 구조개혁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일례로 주택 소유자들에게 재산세를 부여하는 실험은 소유권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하이, 충칭을 넘어서지 못했다.


대신 지방정부는 공급, 수요 심지어 가격까지 통제를 강화했다. 그 결과 중국 부동산 시장은 고착화됐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볼 때 구매 제한을 해제하는 것 또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새 챕터를 시작하는 것에 불과하다.

[SCMP칼럼]투기꾼 막던 규제 해제…中부동산정책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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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 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테크 에디터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China’s real-estate market enters a new phase as cities end bitter war against property speculator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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