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독주만 하던 음악영재, 실내악 통해 "동료애 배워요"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꾸지람보다 칭찬으로 'LG사랑의 음악학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악보만 보지 말아라, 상대와 눈을 마주쳐라."

지난 16일 오후 서울 정동 예원학교 교실. 링컨센터 챔버뮤직소사이어티의 공동 예술감독인 우 한 감독의 지도 아래 실내악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수업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E MAJOR, K542. 우 한 감독은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 사이를 오가며 학생들에게 "악보가 소리와 시야를 만리장성처럼 막고 있다. 악보만 보지 말고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라"고 주문했다.
학생들은 선생의 지적에 그제서야 서로의 눈을 들여다봤다. 동료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아 반 박자 빨리 들어갔던 첼로도, 바이올린과 첼로 소리를 압도하던 피아노 소리도 시간이 지나자 화음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고갯짓으로 박자를 맞추던 우 한 선생은 흡족한 표정으로 "Good Job, Thank You"를 연발했다.

우 한(Wu Han) 링컨센터 챔버뮤직소사이어티의 공동 예술감독이 서울 정동예원학교에서 실내악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 한(Wu Han) 링컨센터 챔버뮤직소사이어티의 공동 예술감독이 서울 정동예원학교에서 실내악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이날 정동 예원학교에서 진행된 'LG 사랑의 음악학교'는 지난 2009년 LG그룹과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가 머리를 맞대 기획한 실내악 전문교육 프로그램이다. 피아니스트 우 한 감독과 첼리스트 데이비드 핀켈 등 5명의 세계적 스타 연주자들이 서울 정동 예원학교에서 15일부터 일주일동안 LG 사랑의 음악학교 학생 30명에게 실내악 레슨, 작곡가 분석, 공연 노하우 등을 가르친다.
실내악 교육 환경이 척박한 한국에서 세계적인 실내악 연주자에게 직접 지도를 받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사건'이다. 우 한 감독은 "데이비드 핀첼의 경우 2012년 뮤지컬 아메리카에서 올해의 뮤지션 상을 수상한, 일 년에 140회 연주를 하는 프로 첼리스트다. 무대 경험이 풍부한 프로에게 무대 매너 등을 배우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귀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혼자만 돋보이는 연주를 하는 데 익숙했던 음악 영재들은 이 수업을 통해 동료들과 교감하는 법을 배운다. 실내악은 솔로 연주와 달리 함께 연주하는 동료와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 한 감독이 "실내악은 혼자 연주하는 것이 아니다. 독주는 자기감정대로 연주하면 그만이지만 실내악 연주는 다른 사람의 감정이 치고 들어오는 것을 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종일관 동료와 눈을 마주치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집에서 개인 레슨을 통해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키우고 있는 정유주(14)양은 처음에는 "네가 바이올린 연주에 재미를 느껴야 보는 사람도 즐겁다"는 선생의 말이 낯설었다. 한국에선 재미있게 하라는 말보다 잘해야 한다는 말을 더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때 바이올린을 시작한 이후 늘 혼자 연습하고 혼자 연주했다. 칭찬보다는 꾸지람이 익숙했고 외로울때도 많았다"면서 "이번 수업을 통해 함께 연주하는 즐거움과 곡 해석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고 눈을 반짝였다.

50분으로 예정된 수업 시간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빳빳하게 앉아 연주했던 학생들이 조금씩 박자를 타고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기까지 한다. 이런 학생들이 기특한지 우 한 선생이 학생들을 향해 "아이스크림 녹듯 내 감정이 녹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음악과 자기 동료를 믿고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제일 빠르게 연주하고 크게 연주해도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 음악이 아니다. 음악은 감정에 충실하기 위해서지 테크닉에 놀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감정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내년 의대 증원, 최대 '1500명선'…법원 제동에 "성실히 근거 제출할 것"(종합) "너무 하얘 장어인줄 알았어요"…제주 고깃집발 '나도 당했다' 확산 전국 32개 의대 모집인원 확정…1550명 안팎 증원

    #국내이슈

  • 피벗 지연예고에도 "금리 인상 없을 것"…예상보다 '비둘기' 파월(종합) "韓은 부국, 방위비 대가 치러야"…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시사한 트럼프 밖은 손흥민 안은 아스널…앙숙 유니폼 겹쳐입은 축구팬 뭇매

    #해외이슈

  • 캐릭터룸·테마파크까지…'키즈 바캉스' 최적지는 이곳 [포토] 붐비는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 이재용 회장, 獨 자이스와 '기술 동맹' 논의

    #포토PICK

  • 현대차, 美 하이브리드 月 판매 1만대 돌파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기아 EV9, 세계 3대 디자인상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상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