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이완구 국무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국정장악력이 급속히 약화됐다. 이 총리는 17일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고 밝혔지만 '시한부총리' '식물총리'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상황에서 보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검찰이 이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총리가 검찰을 지휘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 같은 국정공백 상태가 만들어진 데에는 예상치 못한 '성완종 사태'가 있지만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회동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와대가 '성완종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여당과의 소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 총리의 권위와 역할을 축소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독대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가능한 것들은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순방 직전 여당 대표와 단독으로 만나 순방기간 중 현안을 논의함으로써 총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꼴이 됐다.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이 총리의 사퇴를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순방기간 내각을 통할해야 하는 총리를 공석으로 둘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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