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 별세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유명 광고 캐치프레이즈로 회자되는 국내 침대업계 1위 에이스침대 창업주 안유수 회장이 지난 26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안 회장은 1930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51년 1·4후퇴 당시 부모와 떨어져 홀로 월남했다. 그가 침대를 처음 접한 것도 이 시기다. 부산에 위치한 미군 부대에서 잡역부를 하며 생활하던 중 미군 야전에서 처음으로 서양 입식 생활의 문물인 침대를 접했다.
안 회장은 1963년 당시 나이 29세때 서울 금호동에 터를 잡고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 국내엔 변변한 침대 스프링 제조 기술은 물론 기기도 없었다. 안 회장은 나무를 스프링 모양으로 깎고 손에 물집이 생길 때까지 강선을 감는 열정을 쏟은 끝에 스프링을 찍어낼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 한국 1호 매트리스 스프링 제조기기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침대 프레임 제조 역시 당시 목재 기술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시기엔 모든 목재와 무늬목 접착은 아교로, 칠은 나무 송진을 변형한 와니스로 여러 번 바르는 게 전부였다. 안 회장은 페인트 기술부 직원과 도막이 강하고 경제적인 도료 ‘아미노알키드’를 개발했다. 이 도료는 훗날 우레탄 도료가 개발될 때까지 침대 프레임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안 회장은 1992년 침대 기술의 독립화·한국화를 목표로 업계 최초로 ‘에이스침대 침대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시기 에이스침대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력을 토대로 미국의 유명 브랜드와 수년간 기술제휴를 맺고 선진기술을 흡수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만들어진 것도 이 시기다.
안 회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생활양식과 체형에 맞는 매트리스를 개발하기 위해 꾸준한 기술 개발과 적극적 설비 투자로 '잘 잘 수 있는 침대'의 과학적 바탕을 만들었다. 에이스침대가 연구소를 통해 획득한 특허와 실용신안은 국내외 300여개, 총 출원은 880개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중이다.
많은 사회공헌 활동도 펼쳤다. 1999년부터 25년 동안 설과 추석 명절마다 지역 사회에 백미를 기부해왔다. 현재까지 지역사회에 기부한 백미의 누적량은 1356t으로 약 32억에 달한다. 2019년 강원도 고성지역과 2022년 동해안 산불 피해 복구 지원금으로 두 차례에 걸쳐 6억원을 기부했다.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15억원의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 지역 사회와 소외계층을 위해 꾸준한 관심과 도움을 실천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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