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 자이 "3년 전 고점 가까워져…주민들 환호"
강남은 한강변 아파트가 상승 주도
"잠실엘스, 3개월 만에 약 3억원 상승"
강북은 가격 상승 미미, 거래량은 증가
서울 강북의 ‘대장 아파트’로 손꼽히는 ‘경희궁 자이’의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30일 21억5000만원(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에 거래됐다. 지난 1월(19억5000만원) 대비 2억원 뛰었다. 이 단지 근처에서 일하는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전세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매매 물량은 빠르게 소진되며 가격이 오르는 중"이라고 전했다.
경희궁 자이뿐만이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지난 3월 넷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11주 연속 상승했다. 그간 강남과 비교해 뒤처져 있던 노원·도봉·강북까지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4840건)는 지난해 8월(4091건) 이후 처음으로 4000건대를 돌파했다. 2021년 8월(5054건) 이후 2년8개월 만에 최대치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미 3월부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000건을 넘어섰다.
이달 초부터 11일까지 아시아경제가 찾은 서울 대단지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소들은 하나같이 "지난해보다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전문가들이 집값 상승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성동구 수치상 가장 많이 올라…"고점 대비 낮은 물건 위주 소진"
최근 서울 25개구 중에서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인 곳은 성동구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동향을 보면 최근 성동구 아파트 가격은 3주 연속 0.19%씩 올랐다. 왕십리 뉴타운 내 주요 단지인 ‘센트라스’의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1일 17억8000만원이었다. 지난 2월(15억9000만원) 대비 1억9000만원 상승했다.
왕십리 뉴타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주 연휴 때도 한 채가 팔렸다"며 운을 뗐다. 이어 "요즘 전세가 많이 오르니까 ‘이럴 바에는 집을 사겠다’라는 심리가 매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고점 대비 저렴하게 나온 매물들 중심으로 빠르게 소진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센트라스의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지난달 25일 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23일 8억5000만원, 올해 2월1일 8억8050만원 등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날 인근 공인중개소를 찾아 매물을 살피던 한 실수요자는 "기사를 보니 기준금리가 머지않아 내려갈 것 같고, 아파트 입주 물량도 줄어든다고 하더라. 서울 아파트 가격이 더 내리진 않을 것 같다"며 "고민한 끝에 전세 이사를 접고 매매 물건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3년 전에 센트라스 고점이 19억3000만원이었는데, 더 오르기 전에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남 "석 달 만에 3억원 올랐다"… ‘똘똘한 한 채’ 각광
송파구와 서초구 등 강남권의 지난주 아파트 가격도 전주보다 0.14% 올랐다. 가격 상승의 주역은 한강 변 아파트였다. 래미안 원베일리, 압구정 현대아파트, 잠실엘스 등이 대표적인 단지들이다. 한강 조망권 프리미엄이 실리면서 강남의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더 뛰었다. 인근 공인중개소들은 더 살기 좋은 곳을 찾는 실거주 수요가 높은 프리미엄에도 매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송파구 잠실동 한강 변에 위치한 ‘잠실엘스’ 전용면적 84㎡의 실거래가는 지난달 11일 24억7000만원이었다. 지난 2월(22억2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올랐다. 송파구 ‘헬리오시티’(전용면적 84㎡)가 같은 기간 3000만원 오른 것에 비해 훨씬 상승 폭이 컸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강남은 한강 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현재 전세가율이 50% 정도라 갭투자를 해도 이익을 남기기 어려울뿐더러 규제가 많아서 요즘엔 실거주 목적으로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만난 잠실엘스 주민도 "주변을 둘러보면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산 다음 10년 정도 살면서 양도세 감면 혜택과 시세 차익을 동시에 누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강북은 "매매 수요 살아나지만 가격은 아직"
강북 지역도 상승세에 올라타는 분위기다. 다만 강남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성북구 돈암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곳은 다른 서울 지역과 비교해 저렴한 단지가 많아 최근 매수 문의도 많아지고 거래도 늘었다"고 했다. 그는 "이 지역도 최근 전세가 오르면서 이 지역 전세 호가도 상승해 수요자들이 매매로 몰리고 있다"며 "집값이 오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북구 돈암동 ‘한진·한신아파트(전용 84㎡)’는 지난달 11일 8억33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8억5000만원)보다 가격이 오히려 소폭 내렸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강남 가격 상승이 본격화해야 이곳 집값도 힘을 받을 수 있다. 한신아파트 호가는 7억7000만~8억3000만원 사이에서 보합세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울 곳곳에서 시장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추세적 상승을 앞두고 있기보다는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거래량이 과거와 비교할 때 여전히 많지 않아 서울 집값이 회복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집값이 일시적으로 반등했다가 추후 하락할 가능성이 아직 크다는 것이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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