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3국 백악관서 아브라함 협정 체결
사우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압박 받아
이란, 수니+이스라엘 협공 위기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걸프만 아랍국가 간 평화협정이 최종 서명되면서 중동 정세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은 중동정책에서 이스라엘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란은 반발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동의 맹주이자 미국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간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합의인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서명식에는 바레인의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외무장관(왼쪽 첫번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왼쪽 두번째), UAE의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외무장관(오른쪽 첫번째)과 함께 협정을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참석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재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외무장관,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이 '아브라함 협약'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인 자격으로 협약에 이름을 남겼다.
이번 협약 체결로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은 국교 정상화는 물론 투자, 무역 등에 대한 추가 협상을 통해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랍국가 공통의 적이었던 이스라엘로서는 이번 협정을 계기로 외교적 고립은 물론 안보상 위협을 덜게 됐다. 이란의 직접적 위협에 노출된 UAE와 바레인은 F-35와 같은 미국의 첨단 무기체계 구매 등 안보상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통 조상 아브라함을 딴 이번 협약은 3국뿐 아니라 중동 일대의 판도 변화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관심은 아랍 맹주인 사우디의 행보에 모아진다. 사우디는 최근 이스라엘 민항기의 영공 통과를 허용했지만 이번 협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직접적 압박에 놓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을 마친 뒤 유세장으로 이동하면서 "7~9개국이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우디도 이 가운데 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사우디는 비공식적으로 이스라엘과 대이란 정보를 공유하는 등 협력 관계를 유지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적대 관계를 유지했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가 반목해오던 결정적 계기였던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는 서명식에서도 확인됐다. 이스라엘의 경우 총리가 서명식에 참석했지만, UAE나 바레인의 경우 국가 수반 대신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과거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암살을 당한 전례가 있다.
다만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약과 관련해 간접적 지지 의사를 여러 차례 노출한 만큼 결국 국교 정상화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의 맹방인 바레인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참여하게 된 이면에는 사우디의 사전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역시 고민이 깊어졌다. 이란은 아브라함 협약에 대해 미국이 중동의 지형을 반(反)이스라엘 연합에서 반이란 연합으로 재편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란과 직접 바다를 마주하고 UAE와 바레인이 첨단 무기 도입 등을 약속받으며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섬에 따라 이란의 안보 불안은 더 커졌다. 이슬람 소수 종파인 시아파를 대표해오던 이란으로서는 이슬람 다수 종파인 수니파의 대표국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손잡고 견제받는 최악의 안보 위협 상황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을 언급하며 강온 양면으로 압박을 가했다. 그는 "이란의 합의에 나서기를 원한다고 본다"며 새로운 핵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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