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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메르스 1년,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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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메르스 사태'가 발발한 지 1년이 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라는, 이름부터가 생소했던 이 질병으로 인해 38명이 죽고 1만7000여명이 격리됐지만 우리 사회가 겪은 충격과 피해는 그 이상이었다. 온 나라가 불안과 공포에 빠지며 일상은 극도로 위축되고 소비는 얼어붙었다. 의료 선진국이라고 자부했던 우리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그 후 1년, 우리의 방역 및 재난 대응체계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가. 우리는 과연 메르스 사태로부터 제대로 배웠는가.

메르스 사태는 총체적 부실 대응이 낳은 '인재(人災)'였다. 감염병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예방이 안 되면 초기에 바로잡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신속대응해 확산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보건당국, 의료기관들은 고비마다 허점을 드러내며 수습하지 못해 4차 감염으로까지 이어지게 했다. 신속한 결정을 내리고 진두지휘해야 할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았다. 국민 생명과 관련된 정보를 지나치게 통제한 비밀주의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공포를 키우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부실'은 메르스 사태 사후의 평가와 반성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지난 1월에 나온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언론과 국회에서 제기된 점들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최고 책임자였던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렇다 할 책임을 지지 않은 건 물론 사퇴한 지 넉 달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돌아왔다. '메르스 백서'는 당초 밝혔던 시점에서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장의 직급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감염병전문병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정도다. 이런 대책들이 제도와 법규를 더욱 치밀하게 갖추려는 노력인 건 물론이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로부터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제도와 시스템 완비 이상에 있다.

연간 해외여행객 2000만명 시대 질병 발생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감염병에 대한 원천적 예방이나 완벽한 대책은 있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는 메르스 사태 12년 전에 메르스와 증상이나 감염경로가 유사한 사스 바이러스를 거의 완벽하게 막아 외국으로부터 '사스 청정국'이라는 찬사까지 받았었다. 메르스 사태의 뿌리는 결국 완벽하진 않지만 수십년 간에 걸쳐 마련된 방역시스템이 거의 무용지물이 됐던 데에 있었다.
질병뿐 아니라 각종 재난에 대한 대응도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서 메르스 사태 때와 같은 무책임성과 무능이 겹쳐 보인다. 메르스 사태가 과거가 아닌 현재의 문제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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