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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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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유언이 공개되자 재계의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의 마지막을 앞두고 남겨진 가족들이 서로 화목하길 바라는 아버지의 모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반세기 효성그룹을 일군 ‘재계의 큰 별’이었던 그 역시 별수 없는 아버지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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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명예회장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에게 주요 계열사 주식 등 유류분(직계비속 상속재산의 50%)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라는 유지를 남겼다. 상속을 두고 형제끼리 또다시 법정에서 마주하는 일은 벌어지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

조 명예회장이 떠난 이후에도 효성의 형제간 불화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유언장에 대한 짧은 입장문을 통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법률적 검토를 시사한 것은 아직도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우애를 강조한 아버지의 유언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이를 반박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들의 마지막 도리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효성가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조 전 부사장이 재산 분할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밖에 해석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받는 강요미수 혐의는 그의 형제가 고발을 취하하더라도, 검찰의 공소 취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조 전 부사장이 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을까.

조 전 부사장은 10년 전인 2014년 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주요 임원 등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하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아버지와 형이 실형을 받았고 가족의 비극으로 남았다.


최근 그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동생 조현상 효성 부회장은 "형제의 잘못된 점은 바로 잡아야겠지만, 작은 형이 문제를 푸는 과정은 옳지 않았다"며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10년 후 아버지 유언을 다시 곱씹어본다면 조 전 부사장은 여전히 그가 옳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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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산업IT부 차장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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