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유제훈 기자] 국민의당이 야권연대 문제를 둘러싸고 파국을 맞았다.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당무까지 거부하며 야권연대를 압박하고 있는 반면,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여전히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어 국민의당이 사실상 분당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및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잇달아 불참하며 당무거부에 돌입했다.
당내 2·3대 주주 없이 진행된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내내 싸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분당 수순으로 치닫고 있는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 듯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주승용 원내대표, 최원식 의원 등은 굳은 표정이었고, 최고위원회 멤버가 아닌 황주홍·김관영 의원도 회의에 참석했다. 특히 김 의원은 회의 내내 눈을 감은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의 당무거부에도 독자노선을 고수했다. 안 대표는 "하던대로 하면 야당은 만년 2등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 등과 가까운 주승용 원내대표는 호남 민심을 들어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주 원내대표는 "호남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비호남권은 일부 지역에 한해 연대나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며 "원칙적 입장만 고수하다가 오히려 호남 민심이 우리당을 외면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은 야권의 개헌저지선(120석) 확보를 위해 야권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3당이 각개전투를 벌일 경우, 수도권에서의 필패는 물론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권분열의 깃발을 직접 들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상황에 따라 김 위원장이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안 대표 측은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이 야권연대의 명분으로 삼는 개헌저지선 문제를 현실성 없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 '협박성 발언'으로 보고 있다. 연대 없이 선거를 치를 경우 표(票) 분산으로 야권이 공멸할 수 있다는 가정은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이와 관련해 "퇴행적인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는 결과를 국민들이 주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당 지도부가 이처럼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직자들과 당원 사이에서는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이 차라리 탈당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한 듯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국민의당 당사에는 김 위원장 등의 행보를 비판하는 당원들의 글귀가 붙기도 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