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1920년대에 나타난, 이번에는 의문의 마차를 타고 아드리아나와 함께 다시 1890년대로 가게 된다. 고갱과 드가를 만나고 난 후 아드리아나는 "파리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시절"에 남겠다고 한다. 길에게는 1920년대가 유토피아지만 아드리아나에게는 '지루한 현재'일 뿐이다.
"그래도 그 때가 좋았지" 혹은 "그 때가 제일 팔팔할 때였어" 류의 애틋한 감정에 휩싸인다. 상투적인 표현법은 "아 옛날이여~"나 "왕년에 내가 말이야…" 쯤 되겠다. 그 숱했던 찌질한 행적들은 가슴 깊은 곳, 오래된 창고에 쑤셔박아놓으면 되고 과거는 미화되기 일쑤다. 요새는 대중문화도 과거의 아날로그적 낭만에 흠뻑 빠져드는 것 같다. 더욱이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처럼 자신이 겪지 않았던 시절에 대한 환상은 더 크기만 하다.
어차피 세계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이상을 추구하는 숙명을 가진 인간이 불행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그러다보니 실재하지 않는 과거는 이상으로 둔갑하곤 한다. 너덜너덜해진 하루를 마치고 심신을 위무하는데는 소주잔과 함께 추억이 제격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젖으면 곤란하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이 시간을 살아내야 하므로 과거의 축복보다는 현재의 소소한 기쁨을 찾아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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