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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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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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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 길은 밤마다 의문의 자동차 타임머신을 타고 1920년대로 간다. 그 곳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를 만나고 피카소의 연인 아드리아나와 사랑에 빠진다. 현실에 답답해하던 그는 과거에서 행복을 찾는다.

하지만 1920년대에 나타난, 이번에는 의문의 마차를 타고 아드리아나와 함께 다시 1890년대로 가게 된다. 고갱과 드가를 만나고 난 후 아드리아나는 "파리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시절"에 남겠다고 한다. 길에게는 1920년대가 유토피아지만 아드리아나에게는 '지루한 현재'일 뿐이다.
언제나 현실은 불만투성이고 탈출구는 과거다.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최고의 유희는 지인들과 만나 추억의 정담을 나누는 것 아닐까. 지긋지긋하기만 했던 학창시절도 지나고나면 끊이지 않는 안줏거리가 된다. 청춘의 무덤과도 같았던 군대시절마저도 사내들끼리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밀리언셀러다.

"그래도 그 때가 좋았지" 혹은 "그 때가 제일 팔팔할 때였어" 류의 애틋한 감정에 휩싸인다. 상투적인 표현법은 "아 옛날이여~"나 "왕년에 내가 말이야…" 쯤 되겠다. 그 숱했던 찌질한 행적들은 가슴 깊은 곳, 오래된 창고에 쑤셔박아놓으면 되고 과거는 미화되기 일쑤다. 요새는 대중문화도 과거의 아날로그적 낭만에 흠뻑 빠져드는 것 같다. 더욱이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처럼 자신이 겪지 않았던 시절에 대한 환상은 더 크기만 하다.

어차피 세계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이상을 추구하는 숙명을 가진 인간이 불행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그러다보니 실재하지 않는 과거는 이상으로 둔갑하곤 한다. 너덜너덜해진 하루를 마치고 심신을 위무하는데는 소주잔과 함께 추억이 제격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젖으면 곤란하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이 시간을 살아내야 하므로 과거의 축복보다는 현재의 소소한 기쁨을 찾아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부실이 지극히 명징해서 어찌할 바 없는 과거에 대한 갈망도 있겠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했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과 용군을 합친 것이고, 무도는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말이다. 추천자인 이승환 고려대 교수는 메르스 사태,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 압력,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 기대는 미래에 있고, 미래는 현재가 만들어낸다. 산다는 건 역시 고단한 일이다.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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