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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층간소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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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 으리으리한 단체가 있다. 노동의 강건함이 묻어나는 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나, 생명존중을 일깨우는 전국반려동물사랑실천협회나, 발바닥의 신묘한 경지를 호소하는 맨발달리기협회나, 하다못해 우리 동네 주부들이 작당 모의한 불타는금요일영화모임까지. 전국, 협회, 모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절로 숙연해지는 법.

하나 추가하면 전국층간소음피해자모임도 있다. '층간소음'과 '피해자'가 결합해 풍기는 엄숙함이랄까. 그 모임으로부터 얼마 전 전화를 받았다. 11월26일 자 '층간소음과 새벽편지' 기사 때문이었다. '잘 읽었다'는 인사말은 곧바로 서운함으로 직진했다. "층간소음 문제를 지나치게 거주자 중심으로 본 거 아니냐.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당한 말씀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머릿속은 그때 그 기사를 리뷰하느라 분주했다.
어느 날 이른 새벽 윗집에서 발생한 소음에 잠이 깨서는 거실에 쭈그려 앉아 편지를 썼다는, 그 편지에서 소음 문제를 아주 조심스럽고 정중하게 거론했다는, 잘 익은 단감과 함께 윗집 현관 앞에 편지를 뒀다는, 그러고 나서 소음이 확연히 줄었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건 독자는 엄중한 층간소음 문제를 이웃 간의 소통으로 귀결시켜버린 것이 불만이었던 거다. "이게 다 아파트 건축규제가 느슨해서다. 다음에 쓸 때는 이 부분을 꼭 반영해달라."

인터넷으로 층간소음 기준을 찾아봤다. 2014년 6월부터 시행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1분 동안 측정한 평균 소음 43dB(데시벨), 최고 소음 57dB이 층간소음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다. 43dB은 몸무게 28㎏의 아이가 1분간 뛸 때 들리는 소리요, 57dB은 저 아이가 50㎝ 높이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릴 때 발생하는 소음이다.

없던 기준이 생긴 것은 반갑지만 글쎄다. 이제는 집마다 소음측정기를 준비해뒀다가 군사작전이라도 펼치라는 말인지. 그 난리를 쳐서 측정한 소음결과가 법정에서는 증거로 받아들여질런지. 도움을 청하라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는 제구실을 하는지. 규제의 허술함에 대한 의구심이 날파리 떼처럼 윙윙댄다.
저 독자의 말마따나 국회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의원 나리들이야 큰소리만 칠 줄 알았지 큰 소리에 놀라본 적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서민들의 소음공포를 이해할 리 없다. 혹여 아파트에 살더라도, 윗집 주민이 알아서 까치발이니 '아늑하고 포근한 아파트'라고 착각하는 거다. 이름만으로 이미 충분히 으리으리한 국회가 날마다 치고받고 싸우느라 바빠서 층간소음은 안중에도 없는 거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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