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경기민속문화의해 특별전 '경기엇더ㅎ·니잇고'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지만, 조선시대 옛 경기도청을 그린 '경기감영도(京幾監營圖)'에는 현재 서울에 포함된 많은 지역들이 과거엔 경기도 권역에 있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경기감영은 지금의 서울 서대문네거리 적십자병원 일대에 자리했으며, 한양과 경기의 경계는 거기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강북삼성병원 입구의 돈화문 인근이었다. 그림에는 서쪽 홍제동으로 넘어가는 방향엔 평안도 의주로 통하는 제1대로인 '의주로', 금화초등학교 자리에 있었던 사라진 연못, 청나라 사신들이 서울에 입성하기 전 영접을 받았던 모화관도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수도 한양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물자와 사람이 모여들면서, 한양과 접해있는 경기도는 사통팔달의 문화 집산지였다. 북쪽 큰 강인 임진강과 남쪽 너른 평야, 동쪽 용문산과 같은 높은 산과 서쪽 바다가 있는 경기도는 자연을 배경으로 방위별 지역마다 특색있는 삶이 공존했다.
북부지역에는 양주시장이 있다. 이 시장에서도 손님들을 끌어 모으는 연희패가 있었으니, 바로 '양주별산대놀이패'다. 이들은 먹중탈을 쓰고 양반을 비판하는 극을 펼쳤다. '산대놀이'는 민속 가면극의 일종인데, 왜 여기서는 '별산대놀이'라 칭했을까. 장장식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안성보다야 작은 시장이었던 양주시장에서 상인들은 애초 연희패를 서울에서 데리고 오려했으나 여의치 않자 지역민들 스스로 산대놀이를 배워와 연희패를 꾸리게 된 것"이라며 "'별'자가 붙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했다. 이외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동쪽의 양수리장도 꽤 규모가 컸었고, 북쪽 파주의 봉일천장은 주변에 삼릉이 있어 조선왕묘에 왕족들이 오갔기 때문에 물자수송을 위해 발달했던 장이었다. 전국 3대 우시장 중 하나인 남쪽 수원 우시장은 수원 왕갈비가 탄생한 배경이다.
포천 겨리쟁기, 1910년대, 농업박물관 소장품. 포천 영북면 운천리에서 사용했던 쟁기로 소 두 마리가 끄는 겨리쟁기다. 우리나라 쟁기가 대부분 소 한 마리가 끄는 '호리쟁기'인데 반해 소 두 마리가 끄는 것으로 매우 희소하다. 지대 높은 포천과 양주 등 경기 동북부지역에서 주로 나타난다.
원본보기 아이콘경기도의 시장을 비롯해, 경기민들이 오래 전부터 일궈 온 생업과 놀이 등 민속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서울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에서 5일 개막한 '경기엇더ㅎ ·니잇고'전이다. 경기도를 동서남북 4개 권역으로 구분지어 농업, 어업, 임업, 염업의 생업도구와 함께 경기 민속을 대표하는 유물 200여점이 선을 보였다.
전시장 중앙에는 경기도의 시장을 주제로 해 관련 연희패와 지역 특산품인 강화반닫이, 목가구와 안성유기, 조선 도자문화를 선도했던 광주분원의 백자대호(白磁大壺)(보물 제 1441호)가 비치돼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10월 26일까지 열리다가, 오는 11월 18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는 경기도박물관에서 순회전시로 진행될 예정이다.
글·사진=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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