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절차를 복잡하게 해 가격만 높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KT 가 마냥 비싸게 팔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인 만큼 황창규 KT 회장의 고민도 깊어졌다.
류경오 kt렌탈 노조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FI의 경우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구조조정 등 회사나 사내 구성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며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업체 가운데 산재사고를 숨기거나 노조를 탄압하는 회사 역시 인수후보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사를 전했고 KT 경영진 역시 구두상으로 (노조 제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kt렌탈 인수전에는 SK네트웍스 를 비롯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ㆍ오릭스PE 컨소시엄, 롯데그룹 등 전략적투자자(SI) 3곳과 FI로 분류되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1곳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kt렌탈 노조는 지난해 황 회장이 매각의사를 밝힌 후 조합원을 늘려 현재는 회사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류 위원장은 "새로 주인이 되는 회사의 사업영역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하는 것은 물론 직원 개개인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다"며 "견실한 계열사를 매각하는 만큼 잘못된 결정으로 뒷말이 나온다면 황 회장과 KT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CS)는 최근 경매호가 매각방식으로 인수후보자와 협상을 벌여 인수가를 본입찰 때보다 높인 9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CS는 이날 오전까지 2차 본입찰을 거쳐 한번 더 후보군을 추리기로 했다.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는 불만을 나타냈다. SK네트웍스는 "추가 입찰에 참여하면 인수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며 "2차 입찰을 실시한다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SK 측은 인수 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까지 감안해 2000억원을 더해 인수가를 제시했는데 한 차례 더 입찰을 하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이 같이 결정했다.
어피니티 역시 인수자금 상당수를 외부에서 끌어들인 만큼 현 수준보다 가격을 더 적어내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타이어는 본입찰에서 일본계 투자자 오릭스를 끌어들인 만큼 당장 자금조달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이어 kt렌탈까지 사들일 경우 지나친 사세확장으로 회사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인수전이 고가매각 논란에 휩싸이면서 황창규 회장의 M&A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비주력사업을 정리한다는 명분으로 kt렌탈을 시장에 내놨지만 가격을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이번 매각과정에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인수 후보자 사이에서도 뒷말이 많다"며 "국내 1위 렌터카사업자인 만큼 매각 이후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KT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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