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빨리 읽으니까 '기막힙니다'가 되는데 정말 기막힌 바이라인이었다. 난 그때 불현듯 미국인들이 영어를 빨리할 때 내가 못 알아듣는 이유를 깨닫고 말았다. 어쨌든 그 이후 바이라인이 '기막힌' 그 기자의 팬이 됐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방송 기자의 클로징은 다 저마다의 특색이 있다. 이름이 김삼순이라고 했을 때 '○○○뉴스 김-삼-순입니다'고 읽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뉴스 김~~삼순입니다'고 클로징을 하는 기자도 있다. 방송 기자로 입사해서 첫 리포트를 하는 것을 '입봉'이라고 하는데, 입봉에서 가장 마지막 관문이 자신의 이름을 멋지게 읽는 것이다. 지금은 은퇴한 방송 기자 중엔 자신의 바이라인을 정말 감칠맛 나게 읽어 그 업계의 전설이 된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내친김에 이름 얘기를 좀 더 하면 '나○○'씨는 건방진 이름이다. 왜냐면 '나, ○○입니다'고 자신을 소개하니까. 그에 비하면 '전○○'씨는 상당히 겸손한 이다. '전, ○○입니다'고 자신을 낮춘다. 기자 중에선 '이기자'가 파이팅이 넘치고, 이기자보다 화끈한 기자가 '주기자'다. 정직하지 못한 기자는 '소기자'요, '박기자'는 변화를 좋아하는 이다. 고집이 센 '우기자'도 있다. 20대의 '노기자'가 있는가 하면, 남의 품을 좋아하는 '안기자'도 있다. 이런 식의 성(姓)희롱이야 아무리 많이 해도 지탄받을 일이 없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不亦樂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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