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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토목인, 거시경제 안목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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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필 서울대 명예교수

장승필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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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직업에 애정을 갖고 한세상 살아간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1961년 토목학과 입학 후부터 반백 년을 가슴이 저리도록 토목을 사랑하며 살아왔다. 다만 한 가지 명치를 짓누르는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토목인에 대한 사회의 왜곡된 평가다. 지난 10여년간 이 같은 사회 인식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해해 보려, 그래서 후배 토목인들에게는 더 나은 유산을 남겨 주려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토목인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아무리 생각해도 가혹하다. 토목인들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도로와 철도를 건설한 주역이다. 전 국토를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세계적 규모의 항만과 공항을 건설해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무역수출국가로 일으키는 토대의 역할도 했다. 토목인이 건설한 공공시설을 이용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이 지난 50년 동안 몇 천 배나 좋아졌다. 하지만 토목인에 대한 평가가 개선될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01년 대한토목학회의 운영에 관계하면서 토목부문이 권위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숙제를 풀어 보려고 한국 건설산업 비전 2025도 제안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토목인들이 국민들에게 미움을 사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건설분야의 투명성 결함에서 찾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긴 건설분야만큼 주민들의 재산 손실에 직접 관계된 산업도 흔치 않다. 공학분야 중에서도 유독 토목분야만이 국민의 세금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돈의 주인이 명쾌하게 나타나질 않는다. 그래서 토목관련 공공사업은 건설비의 집행과정에서의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사실 이 부조리의 먹이사슬 최상층부엔 정치권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아래에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이, 그리고 그 아래에 건설현장에서 땀 흘리는 건설인들이 위치한다. 그럼에도 항상 보통의 현장 기술자들이 심심치 않게 부정행위를 한 장본인으로서 여론의 중심에 오르내린다. 이 부조리의 많은 부분이 정치권과 연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토목 기술자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사회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1차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이다. 토목 기술자들은 존재가치를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정치권에 알릴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건설사들은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들어주고 있다. 건설 계획이 변경됨으로써 건설회사는 어떤 경제적인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를 설명도 못하면서 말이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에서 추진하던 국책건설사업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려, 건설회사로서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당해도 해당 건설회사는 정부를 상대로 아무런 불평을 할 수가 없다. 건설회사들은 어쨌든 앞으로도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를 수주해 회사를 운영해 나가야 하니까 말이다.

건설사도 손해는 볼 수 없으니 원청건설회사는 하청업자들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고, 하청업자들은 돈 안 들이고 싸게 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공사는 부실해지고 공무원과 현장 기술자들 간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토목인들에게 거시 경제적인 안목이 있고 이를 현실에서 투영시켜 간다면 이 같은 부조리가 많이 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최저가낙찰제의 부정적인 효과가 앞으로 5년 또는 10년 후에 우리나라 전체 경제발전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분명하게 정부의 건설정책담당자나 해당 국회의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다면 말이다. 권력의 정점부에서나 국회에서도 그렇게 쉽게 공사비를 절감한다는 명목으로 건설산업을 붕괴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토목인들의 사회적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기 위해서라도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국립대학교부터 대학원 학생들을 상대로 거시 건설경제에 대한 강의를 제공하면 어떨지 생각해 본다.

장승필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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