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르포]마트도 이분화?강남고3(강남+고학력+30대)부부, 우유 2만원인 '이곳'서 장본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마트도 '강남스타일'...복잡한 대형마트 대신 프리미엄식품관
-유학 다녀온 고학력 30대 청담동, 삼성동 사는 젊은 주부..선택기준 '경험>편의>가격'순
-갤러리아 고메이·신세계SSG로 수입산 맥주·유기농유아식 사기 위해 발걸음
-일반마트보다 2~3배 비싸지만 "새로운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여보, 우리 집에 딸기가 있나?"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이494.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이494.

원본보기 아이콘
12일 저녁 7시 강남 청담동 신세계 SSG푸드마켓을 찾은 30대 후반 남성이 카트를 끌고 장을 보고 있던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 떨어졌어. 하나 사야해." 아내의 말에 그가 집어든 이 곳 딸기 한 팩의 가격은 1만7800원. 일반 대형마트에서 파는 가격보다 2배가 훌쩍 넘는다. 이들 젊은 부부는 비싼 가격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장바구니를 하나씩 채워갔다. 기자가 다가가 " 품목들이 비싼 것 같지 않냐"고 묻자 "쇼핑하기 편리하고 물건들도 깔끔하니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에게 쇼핑의 기준은 '가격'보다 '편의성'이 우위에 있다는 얘기다.

같은시각 직선거리 700m에 떨어진 갤러리아 고메이 494에는 저녁을 즐기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 를 이뤘다. 2살 된 딸 아이를 데리고 친구와 함께 저녁 먹으러 왔다는 주부 김모(31)씨는 "저녁 상 차리기가 마땅치않아 쇼핑할 겸 외식하러 나왔다"면서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전국의 유명한 맛집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있어서 그곳까지 찾아가는 비용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소위 '강남고3' 부부가 프리미엄 식품관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강남 청담동, 압구정동에 사는 고학력 유학파 30대 젊은 부부'를 가르키는 말이다. 청담동에 있는 프리미엄 식 품관 신세계SSG,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이494를 이용하는 고객의 절반은 이들 '강남고3' 부부다. 이들은 모피조끼를 입고 한 손에 스타벅스 커피를 들며 어린아이 주먹만한 잼 (110g) 하나에 2만5000원씩 지불했다. 가격보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만족스 럽다는 표정들이다.
이날 찾아간 신세계SSG 푸드마켓은 일반 대형마트와 달리 번잡하지 않았다. 저녁만 되면 주차장 이 만차일 정도로 바글바글 사람들이 몰리는 이마트와는 비교된다. 또한 여유있게 장을 볼 수 있 도록 하기 위해 배경음악도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세심한 부분까지 '고품격'을 내세우고 있는 셈 이다. 포장은 소포장 위주로 되어있으며 특히 일반 마트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프리미엄 제품 들과 수입산 제품들을 다양하게 구비해놓아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젊은 고객층은 눈과 손이 바삐 움직였다.

강남고3 부부가 카트에 넣는 품목들을 살펴보니 과일, 와인, 잼, 스파게티 소스, 유기농 과자 등 이다. 조리하기 까다로운 탕, 국거리, 나트륨 범벅인 봉지과자를 찾는 이는 거의 없다. 오징어, 생물 꽃게 등을 파는 곳은 텅텅 비었다.

이곳 수산물 코너 직원은 "이 곳을 찾는 고객 절반 이상이 젊은 부부들인데 생선 같은 거는 잘 사지 않아요. 와인 같은 것만 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강남에 사는 40대~60대 주부 들은 백화점 가격이랑 비교해 이곳이 20%정도 저렴하다며 사가는데 20~30대 손님들은 주로 수입 가공식품류를 사가지 탕류 사러 오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밍크코트를 입고 온 30대 한 주부는 유치원생 딸아이에게 "아줌마한테 치즈스파게티 해달 라고 하자"며 파스타면을 집어들었다. 여기서 아줌마는 가정주부를 지칭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이494도 마찬가지다. 고메이494는 갤러리아측이 명품관 이용고객을 주요 대상으로 국내 최초 '그라서란트(구입한 농축수산물을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게 한 곳)'를 선보 인 곳. 버거 한 개에 9000원, 식사 메뉴 하나에 2만원씩해 백화점 식품관보다도 비싸지만 이곳 프리미엄 식품관을 찾는 이들은 줄까지 서가면서 메뉴를 주문했다. 대부분 인근에 사는 '강남주민 혹은 직장인'으로 20대~30대로 젊은 고객이 주를 이룬다.

3~4살짜리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들의 패션을 보니 말그대로 '강남 스타일'이다. 8cm 굽이 높은 부츠를 신고 깔끔한 귀걸이, 목걸이로 치장하고 아이와 함께 저녁 식사를 즐기는 모습을 곳 곳에서 볼 수 있었다. 또래끼리 삼삼오오 찾은 '강남고3' 주부들은 160만원짜리 영어유치원에 대 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 카트를 보니 유기농저지방우유, 유기농이유식, 일본산 과자 등이다. 우유 4팩(9L)에 2만800원, 이유식 3700원~5000원대, 수입산 탄산수 한 병(750ml)에 1만원 등으로 고가이지만 역시 '새로운 경험'을 하려는 이들은 여지없이 카트에 담았다.

직장인 강모(28)씨는 "해외 유학다녀온 친구들 위주로 이곳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 같다"면서 "예를 들어 일본에서 마셨던 일명 부엉이맥주, 히타치노맥주를 파는 곳이 많지 않은데 이곳에 오면 구할 수 있다. 이들이 나중에 30~40대가 되어 경제력을 갖추는 때에는 프리미엄 식품관에서 쓰는 씀씀이 또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곰도 놀라고 우리도 놀랐어요"…지리산서 반달가슴곰 '불쑥' 지역비하에 성희롱 논란까지…피식대학 구독자 300만 붕괴 강형욱 해명에도 전 직원들 "갑질·폭언 있었다"…결국 법정으로?

    #국내이슈

  • 안개 때문에 열차-신호등 헷갈려…미국 테슬라차주 목숨 잃을 뻔 "5년 뒤에도 뛰어내릴 것"…95살 한국전 참전용사, 스카이다이빙 도전기 "50년전 부친이 400만원에 낙찰"…나폴레옹 신체일부 소장한 미국 여성

    #해외이슈

  •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 수채화 같은 맑은 하늘 [이미지 다이어리] 딱따구리와 나무의 공생

    #포토PICK

  •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없어서 못 팔아" 출시 2개월 만에 완판…예상 밖 '전기차 강자' 된 아우디 기아 사장"'모두를 위한 전기차' 첫발 떼…전동화 전환, 그대로 간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 용어]급발진 재연 시험 결과 '사고기록장치' 신뢰성 의문? [뉴스속 용어]국회 통과 청신호 '고준위방폐장 특별법'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