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시비비기사 979개
삼성파업은 왜 응원받지 못하는가
냉장고 전원이 나가면 음식이 상하듯, 반도체 공정이 멈추면 웨이퍼도 상한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핵심 원재료다. 손바닥만 한 실리콘 원판 위에 수백억 개의 회로를 새겨 넣는 것이 반도체 제조의 출발점인데, 각 공정 단계 사이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골든타임이 있다. 그 시간을 놓치면 웨이퍼는 공기와 반응해 변질한다. 한 번 망가지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 반도체 설비는 먼지 하나 허용하지 않는 클린룸 안에서만 작동하는데
2026.04.27 11:23
59번째 과학의 날…한국 SW의 현실 들여다보니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18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해 국내 생성형 AI 기업 처음으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편으로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한국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척박함을 보여준다.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 대부분은 영세하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소프트웨어 사업자 수는 6만여개로 지난 10년간 97% 증가했지만 상위 1% 미만
2026.04.21 09:09
추경, 또 다른 전쟁의 시작
26조2000억원 규모의 '전쟁추경'은 역대급 속도전의 산물이다. 2월28일 중동전쟁이 발발한 지 보름도 안돼 이재명 대통령이 추경(3월12일)을 지시했고 17일 만에 추경안을 마련해 3월31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도 심의에 속도를 내 10일 만에 추경안을 의결했고 정부는 곧바로 다음날인 11일 국무회의에서 상정·의결했다. 집행도 속도전이다. 정부는 전체 추경 중 10조5000억원을 신속 집행 대상으로 묶고, 상반기 내
2026.04.14 09:23
공짜 데이터로 전락한 기자의 발품
지난 주말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인천 굴업도에 백패킹을 다녀왔다. 새벽부터 비가 오고 바람도 제법 불었지만 다행히 배가 결항하지 않았다. 굴업도에 내려 13kg짜리 배낭을 메고 산길을 약 1시간 걸어 박지에 도착했다. 짐을 꾸리기 전엔 예상치 못했던 급경사 언덕과 거친 돌길, 비바람에 힘이 부쳤지만 텐트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 캔. 호텔을 포기하고 기꺼이 백패킹을 택하는 이유다. 기자의 취재 현
2026.04.09 10:18
창업은 풍성, 성장은 빈약
창업하기는 괜찮은데 살아남기는 어려운 나라. 벤처강국을 자임하는 한국이 마주한 이 단순하면서도 뼈아픈 사실 앞에서 우리는 '지원이 부족한가'라는 해묵은 질문을 반복한다. 국내 신생 기업의 5년 생존율은 주요국 평균을 밑도는 30% 중반대의 박스권에 갇힌 지 오래다. 이 수치가 절대적으로 낮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창업이 확대되는 속도에 견주면 여전히 초라한 수준이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의 창업 지원 규모는 비약
2026.03.27 08:51
선거는 잘 지는 것도 중요하다
공식 선거운동 막바지, '72시간 유세'를 선택한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가 있었다.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사흘 동안 밤잠을 잊은 강행군이었다. 버스 정류장과 공원, 지하철역과 골목 곳곳을 누비며 유권자를 만났다. 이미 판세는 기울어 있었다. 당시 지방선거는 수도권에서 특정 정당 후보들이 사실상 싹쓸이 패배를 당할 정도로 민심의 쏠림이 극심했다. 후보 개인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휩쓸
2026.03.24 11:00
시대적 사명 ‘머니무브’ 반드시 성공해야
생산 3요소 가운데 유독 토지의 독과점은 역사를 바꿔왔다. 예를 들어 프랑스혁명은 인구의 2%가 채 되지 않은 귀족과 성직자가 토지 대부분을 소유해 착취하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부동산 투기는 대표적인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다. 애덤 스미스와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지대추구를 자본주의의 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대추구가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진입장벽을 구축하며,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키기
2026.03.20 11:05
200만원짜리 AI폰 시대…통신비 인하 틀 깨져야
'통신비 반값 인하'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 문구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가 주도하는 '서울형 제4 이동통신사' 설립 구상을 발표하며 서울 시민에게 반값 이하 초저가 통신요금 선택지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가계 통신비를 반드시 줄여야 하는 생계비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통신비가 낮아지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계 통신비가 인플레
2026.02.27 07:39
국세 체납 110조…유리지갑 눈물 닦는 법
해마다 2월이면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연말정산 환급금을 '13월의 보너스'로 받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추가 납부에 '생돈'을 뺏기는 기분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개인의 감정을 넘어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은 더욱 냉정하다.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약 68조4000억원.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며,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대에서 18%대로 치솟았다. 기업 실적에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
2026.02.24 09:30
보호가 아니라 고립,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중소기업기술보호법) 전부 개정안과 일부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두 개정안은 공통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이 영업비밀에 속하지 않아도 비밀유지계약 위반 또는 부정 취득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법리적 모순을 가졌다. 바꿔 말해 자신은 비밀성 없는 정보에, 비밀관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에게는 비밀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합리적이며 공정한 비밀유
2026.02.06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