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시대, 우리 곁의 '파이란'
'파이란'은 송해성 감독이 2001년에 만든 영화로, 배우 최민식씨가 삼류 건달 '강재'를, 배우 장백지씨가 중국에서 온 여성 '파이란'을 연기했다. 영화 속 파이란은 법적으로는 한국 사회 안에 존재하지만, 실제 삶은 누구와도 충분히 연결되지 못한다. 서류상으로는 누군가의 아내이고 제도 안에서 주어진 이름이 있지만, 일상은 외롭고 가난하며 거의 보이지 않는 존재다. 그녀가 남긴 편지는 뒤늦게 강재의 마음을 흔든다. 한 사
2026.04.29 11:01
우선주 제도의 존립 근거를 묻는다
우리 주식시장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코스피 지수가 반도체의 폭발적인 호황을 등에 업고 지난 27일 장중 66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6600선을 넘은 건 사상 처음이다.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전히 시장은 뜨겁다. 다만 이번 상승 랠리는 단순히 특정 업종의 실적 개선 때문만이라고 보긴 힘들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전례 없이 강화되면서 부동 자금이 증시로 대거 유입됐고, 정부의 상법 개정과 주요 기업들의 자사
2026.04.28 11:22
AI 시대를 살아가는 아주 오래된 방법
하루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24시간이다. 수천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다만 사람들이 하루라는 시간을 사용하는 패턴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태초의 인류는 날것 그대로의 시간 속에서 살았다. 먼 길도 걸어서 다녔고 정보도 기억에만 의존했다. 그러다 인쇄술,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과 같은 기술이 발전하며 시간 사용의 효율과 질이 확연하게 높아졌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자동차
2026.04.22 11:01
정당 독점의 폐해, 대구만의 문제 아니다
"한 정당이 독식하며 경쟁이 사라졌고 정치를 망가뜨렸다. 결국 경쟁이 사라진 정치가 대구를 쇠퇴시켰다."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이렇게 진단했다. 경쟁이 사라진 독식 정치는 비단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남의 1당 독식 구조는 훨씬 강고하다. 양당 독점체제인 중앙정치도 비슷하다. 요즘은 민주당 1당의 패권 체제나 다름없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지역별로 정치지형이 다르고 6·3 지방선
2026.04.03 11:39
국가 안보와 직결된 석유화학산업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때문에 미국이 제재 품목으로 지정한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t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한 달이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촉발된 '나프타 대란'에 시달린 석유화학업계에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 수요의 35%를 차지했던 중동산 나프타를 대체할 방안을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일이 우리의 절박한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미
2026.04.01 11:00
노동자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내세우며 초기부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급격하게 추진했다. 노동자의 소득 증대로 경기를 활성화한다며 '소득주도성장'이라 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노동자 권리 보장, 실노동시간 단축, 안전 강화 등을 내세우며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처리하며 노동자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주요 지지세력일 뿐 아니라 산업화 과정에서 권리를 보호받지
2026.03.30 11:00
불장 뒤에 가려진 'K자형 양극화'
올해 1분기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우리 증시는 유례없는 기록을 썼다. 코스피 지수가 처음으로 6300선을 돌파하며 전 세계 주가 상승률 1위를 이뤘다. 나스닥이 인공지능(AI) 수익성 논란과 고평가 부담으로 지지부진한 사이, 우리나라는 반도체 초격차,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유도 등을 무기로 상승의 나래를 폈다. 하지만 한편으로 화려한 전광판 뒤에 가려진 'K자형 양극
2026.03.27 11:00
'역대급 스트레스' 40대를 위한 정책은…
"제 나이가 이제 40대입니다. 영포티죠." '충주맨' 김선태씨는 지난 18일 TV 예능프로에 나가 나이를 묻는 진행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김씨를 보듯, 요즘의 40대는 남다른 자기관리와 취향 중심 소비, 네트워크 기반 소통으로 젊음을 유지한다. 40대는 가구소득 평균값이 9333만원에 이르고 '문화시장의 큰손'으로도 통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트렌디하고 부요한 중년 세대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이 세대가 의외로 스트
2026.03.25 11:09
AI시대 진짜 경쟁력은 '질문 능력'
"하도 많이 써서, 제가 인공지능(AI)에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돼요." 이번 학기에 글쓴이의 AI 수업을 듣고 있는 대학생 세 명은 이렇게 입을 모아 말했다. 지난 학기만 해도 수강생 20여명 중 이 말을 한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반년 만에 일어난 큰 변화다. 언어, 바퀴, 인쇄술, 자동차, 인터넷처럼 AI도 범용기술 중 하나다. 역설적이게도, 범용기술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사람들이 그 기술을 당연시하게 된다.
2026.03.23 11:00
아름다운 소풍이라 말할 수 있는 사회
천상병 시인이 지은 시, '귀천'은 삶을 '아름다운 소풍'에 비유하며 죽음조차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 구절은 삶에 대한 감사와 평온한 이별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시대와 상관없이 감동적인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결국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마지막 믿음 때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전쟁의 공포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는
2026.03.20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