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용서와 소년범죄
'값싼 용서'라는 게 있다. 아무 대가 없이 쉽게 주어지는 용서는 사람을 바꾸지 못하고 잘못을 빠르게 반복시킨다는 얘기다. 현행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연령이 수년째 논란인 이유가 그렇다. '어차피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가해자에게도 진정한 변화의 계기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가 제공 중인 값싼 용서다.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 검
2026.04.30 11:00
국정을 흔드는 말
민주 정부라면 내부에서 국정 방향을 두고 여러 견해가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외교·안보와 통상 사안일수록 더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국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열한 토론과 숙의를 통해 밖으로 나오는 말은 치밀한 전략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평안북도 구성시(市) 핵시설 발언이 일파만파다. 정 장관의 3월 초 발언을 두고 미국이 위성·정찰기·감청 등을 통해 확보한 정보 공유를 일부
2026.04.29 11:11
사각지대 선 '핀플루언서'...사후규제 한계 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척결을 내세운 금융당국이 올 들어 특히 주시하는 대상은 이른바 '핀플루언서(금융+인플루언서)'다. 중동발 증시 변동성이 한층 커진 상태에서 이들이 부적절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거나 선행 매매 등 불공정거래를 주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국은 모니터링 전담반을 꾸리고 단속에 나섰고, 지난달에는 월 60만원을 받고 종목을 추천한 유튜버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개인투자자들의 정
2026.04.28 11:06
'골동품' 된 차세대 리더, '골동품' 될 연임 문턱 상향법
2023년 11월, 전 세계 IT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오픈AI 이사회가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해임했기 때문이다. 급진적인 인공지능(AI) 개발 노선을 견제하려는,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의 의지가 작동한 결과였다. 비록 올트먼이 닷새 만에 복귀하며 '5일 천하'로 끝났지만, 이 사건은 창업자이자 절대적 상징인 CEO라도 이사회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축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 기념비적 사례가 됐다.
2026.04.27 09:46
K점도표와 중앙은행 총재의 메시지
이번 주 한미 새 통화당국 수장(후보자)의 포워드 가이던스(조건부 금리 전망) 관련 시각차가 확인됐다. 정확히 말하면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과정에서 말하는 방식의 차이가 드러났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자는 21일(현지시간)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미래의 결정을 예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포워드 가이던스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026.04.24 11:00
IMF가 울린 나랏빚 조기 경보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을 부채비율이 가장 빠르게 증가할 나라로 꼽으며 정부의 부채 관리에 경고음을 울리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D2)이 내년 말 선진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서고, 3년 뒤엔 60.1%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당장에 재정 위기가 닥치는 건 아니지만 성장률 저하와 고령화가 겹치면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조기 경보였다. 그런데 이날 기획
2026.04.23 11:12
농협 개혁의 골든타임
응급의학에서 골든타임(Golden Time)은 '사람을 살리는 시간대'를 의미한다. 사람이 아닌 조직에도 골든타임은 있다.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시간'이 바로 골든타임이다. 농협 개혁의 골든타임은 상반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임기가 끝나는 올해 6월이다. '외부 독립 감사위원회' 설치와 '중앙회장선거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위해선 농협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제22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에 따라 소
2026.04.22 11:00
빚더미 속 행정통합…광주특별시가 우려되는 이유
인구 320만명 규모의 '메가시티'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가 오는 7월 출범한다. 1986년 광주시와 전남이 분리된 지 40년 만의 재결합으로,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행정적 권한을 갖게 된다. 앞으로 4년간 매년 5조원씩 총 20조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도 투입된다. 행정안전부는 통합을 성사시킨 실무 담당 공무원들에게 3000만원의 특별포상금을 줄 정도로 잔칫집 분위기다. 그러나 지역경제 위축과 인구 감소, 산업 구조의 한
2026.04.20 10:59
나프타와 석화산업 존재의 의미
쓰레기 종량제 봉투 품귀 현상으로 국민 대다수가 나프타의 존재를 알게 됐다. 최근 만난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이제야 친구들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프타는 비닐봉지,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데 쓰는 에틸렌의 주원료인데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추출된다. 중간 단계 부산물인 나프타는 원유 및 석유화학 관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였다. 나프타는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2026.04.15 10:28
세계에서 가장 싼 코스피…이번에는 '시클리컬' 저주 깰까
우리 증시의 독특한 특성을 꼽자면 항상 앞순위로 꼽히는 것이 '고질적인 저평가'다. 전 세계 주요국 증시 중에 우리만큼 박하게 평가를 받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6000을 바라보지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아직도 7배 중반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20배, 일본은 17배, 유럽은 14배, 중국도 11배에 달한다. 세계 평균은 17배 수준인데 한국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왜 우리 증시만 유독 저평가를 받을까? 우리
2026.04.13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