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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패권전쟁 미·중에 갇힌 韓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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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는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대만 밖으로 생산 거점을 확장하고 있는 데 주목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운영 중인 공장은 중국 본토에 있는 난징과 상하이 정도가 전부였지만 올해 일본 1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빠르면 연말부터 2, 3공장의 순차적 착공이 진행된다. 2021년 착공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이 내년 가동에 들어가고 독일 드레스덴에서 추진 중인 첫 유럽 공장 건설까지 마무리하면 2028년께는 TSMC 전체 생산량의 20% 이상을 해외 공장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시시비비]패권전쟁 미·중에 갇힌 韓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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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가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는 각국의 욕망을 파고들어 생산공장 깃발을 세계 여러 곳에 꽂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대만은 이미 반도체 산업과 경제발전이 안정적으로 함께 가고 있는 지역으로 파운드리 생산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과 정책적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SMC 경영진들이 해외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 생산하는 것이 대만 본토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용이 많이 든다고 지적하며 각국이 들이민 '보조금'에 현혹되지 말자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대만 생산 반도체를 대체할 대안들이 많아지면 미국이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대만을 보호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대만 내 TSMC 반도체 공장이 중국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는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대만은 이러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생산 공장을 확대하면서 안정적인 고객사 확보와 신뢰 구축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웠다. 기술 유출 우려가 큰 핵심 첨단 공정 제품은 대만 내 생산을 집중하되 생산 거점 다변화를 통해 공급망 연결을 더 촘촘하게 해 대만의 지정학적 불안을 더 두꺼워진 반도체 방어막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상황은 생산 거점 다변화에 적극적인 TSMC와 많이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해외 생산공장이 패권전쟁으로 날을 세우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한정돼 있다. 양국의 신경전이 치열해질수록 미·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 기업들은 미·중 긴장감이 높아질 때마다 나온 반도체 규제 조치들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양국의 눈치를 봐야 했고 그 결과 중국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하는 첨단 제품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했다. 미국이 반도체지원법(CSA)에 따른 보조금 지급으로 한국을 포함한 반도체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고, 이에 중국 정부가 큰 반감을 가진 상황이라 미·중 사이에서 눈치 보기는 앞으로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TSMC와 반도체 생산거점 다변화 측면에서 다른 전략을 쓰고 있는 우리 반도체산업이 미·중 패권전쟁에 휘둘리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현재로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초미세 공정을 적용한 첨단 팹(fab·반도체 생산시설)을 밀집시켜 생산량 확대와 공급망 안정에 성공하는 것이 확실한 돌파구다. 그동안 속도가 붙지 않았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에 정부가 인프라 구축, 수출 확대 지원,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생태계 강화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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