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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김혜연의 AHA]AI 시대에도 철학은 인간만의 영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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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이대형 큐레이터가 말하는 AI, 예술, 철학

"기술이 문화의 형태 결정하는 시대"
"AI시대에 미학은 뭔지 물을 수밖에"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나날이 발전하는 생성형 AI가 예술창작 분야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사람'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공학자와 예술인의 관점에서 고찰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매월 한 차례씩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와 김혜연 안무가(여니스트 대표)가 예술창작인과 대담하거나 작품에 관해 토론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코너 제목에 들어가는 'AHA'는 'AI, Human & Art'를 뜻합니다. 생성형 AI의 미래를 누구보다 뜨겁게 탐구하는 김대식 교수, 생성형 AI와 무용을 과감하게 접목시키고 있는 김혜연 안무가를 통해 AI와 사람, 그리고 예술이라는 묵직한 화두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시기를 기대합니다.
이대형 큐레이터 /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이대형 큐레이터 /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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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큐레이터(예술감독)는 현대미술에서부터 대중문화, 산업, 테크놀로지 등의 분야로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며 고유하고 독특한 가치를 창출하는 국내 대표 예술기획자로 손꼽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예술의 역할을 남다르게 고민하는 그는 사회, 환경, 공동체, 첨단기술, 미래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본인의 큐레이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등을 역임한 이 감독은 얼마전 ‘CONNECT, BTS’ 프로젝트로 이목을 끌었다. 서울,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5개 도시에서 22명의 예술가와 손잡고 BTS의 음악철학을 재해석하는 공공미술 기획이었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내 예술 작업의 총감독으로 활동했는데, 이 곳 천장의 키네틱 아트가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을 하게 됐다. AI의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이 감독은 “지금은 기술이 지닌 맥락이 국경선이 가지고 있는 맥락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대미술 큐레이션도 하고 테크놀로지 관련 작업도 하십니다. 신기하게도 BTS와 관련한, 대중문화 분야의 작업까지 하시죠. 본인을 어떻게 정의하시는지요?


▲제 오랜 미션은 예술이 존재할 수 있고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 바로 그 프레임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그 프레임 바깥에 있는 콘텍스트를 보기 때문에 스스로를 큐레이터라고 소개합니다. ‘큐레이터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저는 ‘콘텍스트 메이커스(context makers)’라고 답하는 편입니다.

"테크놀로지 →컬쳐 '리버스 엔지니어링'"

-생성형 AI가 예술의 판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AI가 창작을 하기 시작하는 시대이니 예술을 위한 콘텍스트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바뀌었죠.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는 그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챗GPT4가 나오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테크놀로지가 하나의 철학 영역으로 가버린 것 같습니다. 아르스 일렉토니카(Ars Electronica)의 거프린이 얘기했듯이 컬처와 테크놀로지가 형태를 결정한다는데, 오늘날에는 테크놀로지가 컬처의 형태를 결정해버리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발생하고 있는 같아요.


흔히들 AI가 보편화하면 예술계의 창의적인 인재들이 인류의 보루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조건 중 하나가 철학이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철학이라는 것이 과연 인간만 다룰 수 있느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죠. 많은 미래학자들과 AI 전문가들이 현재의 챗GPT보다 천배는 더 똑똑한 버전이 나올 것이고 10년 후에는 10억 배 더 똑똑해진다고 합니다.


10억 배라고 하면 ‘스케어리 스마트’라는 책에서 묘사하듯이 인간이 모기가 되고 AI가 아인슈타인이 된다고 하는데, 그럼 아인슈타인이 모기의 생각 따위에 관심이 있을까요? 그 때는 ‘인간 모기’가 가서 찔러야 하겠죠.

챗GPT에 '인공지능이 철학자들과 토론하는 모습을 만들어달라'는 취지의 명령어를 입력해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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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을 여전히 도구로 사용하는 아티스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한 감독님의 솔직한 의견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AI가 철학으로 다뤄지는 트랜지션의 단계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너무 쉽게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요. 제가 레픽 아나돌의 작품을 인정했던 건 정보와 AI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인간의 시각으로 만든 미학이 아닌, AI와 AI정보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빈칸을 채워가며 만들어내는 속도감, 컬러, 형태 또는 그 형태의 움직이는 모듈 전체가 새로운 미학의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점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렇다면 AI 시대에 미학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빼놓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미학이라는 단어 안에는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이 담겨 있죠. 현대 미학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AI 시대의 미학은 무엇일까요?


▲모더니즘 시대까지만 해도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추구했는데 컨템포러리 아트 시대로 넘어오게 되면서 형식에 대한 실험은 다 끝난 것 같아요. 캠퍼스에 구멍을 내는 것도, 아예 그림을 안 그리는 것도, 검게 칠하고 태워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도 한 번씩 다 해 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의미와 관점을 새롭게 창조하고 내러티브를 직선적으로 보기보다는 입체적으로 바라보죠.


그래서 현대미술은 그 관점으로 문화적, 역사적으로 신화와 전설까지 끌어들이면서 굉장히 다층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새로운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죠. 정통 미술에서 정의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것, 그리고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못지않게 디지털 커뮤니티 안에서 만들어지는 미학적 기준이 메인 스트림을 전복하는 현상이 벌어졌듯이 이제는 생성형 AI나 디지털에서 벌어지는 작업적 기류를 무시 못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태적 미학 - AI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 결정"

다만 하나, 조금 눈여겨 봐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생태적인 부분에서의 에너지 저감과 같은 요인 때문에 곤충 세계로부터, 아니면 동물과 식물의 영역으로부터 건축적이거나 구조적인 것에 관한 지혜를 얻을 부분이 있습니다. 이걸 인간이 디자인 하기는 어려워요. 고려해야하는 다양한 역학적인 정보들이 있으니까요.


이런 것들은 이제 AI가 잘 해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슬람 건축의 요소들이 현재 도시 건축에 들어와 에어컨에 의존하지 않는 쿨링 시스템 등이 적용되고 있는 것처럼요. 결론적으로, 이처럼 생태적인 미학과 AI 사이에서 미래의 많은 이야기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챗GPT에 '인공지능이 예술창작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달라'는 취지의 명령어를 입력해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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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가진 신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붓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지금은 디지털펜이나 마우스로도 그림을 그리잖아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도구가 사라지고 신체인 손도 필요 없는 상태에서의 작품도 나올 수 있을까요?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토마스 헤더윅의 경우 멋진 구조물을 많이 만들어내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데, 대체 어디에서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느냐고 물으면 명답을 내놓아요. “점토를 혹은 그 소재를 끊임없이 만지면서 감각하고 이것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머릿속에 형태가 그려진다”는 겁니다.


형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시작해서 하나를 마스터하고 또 그 다음을 마스터하는 식으로, 점토를 구석구석 다 만져보면 그 다음에 비로소 형태들에 대한 사고가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보통 손도 수단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리고 재료도 수단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손은 커뮤니케이션이죠.


"앞으로는 '사회적 신체성'이 화두 될 것"

생물학적인 신체성의 문제보다 앞으로는 더 사회적인 신체성이 화두가 될 거 같아요. AI 시대에는 빅데이터가 중요하고, 연결 시대에는 ‘양’이 ‘질’을 죽여 버리게 될테니까요. 언젠가 몸을 해킹하는 수준까지 간다면 첫 번째로 언어가 소실될 거고 이어서 몸의 특징이 소실될 거고 어떤 인종의 특징 같은 것도 소실될 거라고 생각해요.


-기술은 계속 발전합니다. 천 년쯤 뒤에 인류가 드디어 우주로 진출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돼있다고 가정해보죠. 분명히 천 년 전에는 예술이 있었던 것인데, 인류가 어떤 식으로든 계속 남아있다면 천 년 후에도 예술이 있을까요?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요. 천 년 후에 결핍돼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 결핍 속에서 예술이 싹을 키울 것 같아요. 어떤 재료일지, 그것으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낼지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마땅히 있어야 되는데 결핍돼 있는 무언가는 분명히 있을 것이거든요. 이 지점에서 최고의 예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대형 큐레이터, 김대식 교수, 김혜연 안무가(이상 왼쪽부터)가 대담하는 모습. /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이대형 큐레이터, 김대식 교수, 김혜연 안무가(이상 왼쪽부터)가 대담하는 모습. /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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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김혜연 안무가(여니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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