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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도]황궁 아파트 주민으로 선택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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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사회 개인적 분열
군사주의 벗어나지 못한 형국 그려져
차별과 인권 몰개념에 편견 깊어져

"황궁 아파트 주민이 아닌 분들은 단지 밖으로 나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외부인을 배척한다. 집단 이기주의의 등장은 그 사회가 어느 정도 차별화됐음을 보여주는 징표와 같다. 황궁 아파트는 콘크리트 건물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재난 속에서 유일하게 무사하다. 날벼락 전까지 노후하고 낙후돼 무시당했으나 한순간 위치가 격상했다.


[영상2도]황궁 아파트 주민으로 선택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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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안보라는 명분 아래 일사불란하게 뭉친다. 중심에는 김영탁(이병헌)이 있다. 악의 평범성으로 말미암아 권위주의를 실천하는 외부인이다. 재난 발생 전 황궁 아파트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의심하는 주민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화재를 해결하는 모습만 보고 앞다퉈 포용한다. "9층 살잖아요. 나도 9층 사는데. 저번에 엘리베이터 같이 내렸잖아요." "신원은 나 김금애가 보증합니다."

아파트는 개인적으로 분열된 사회다. 현대 한국 사회의 변천, 다시 말해 핵가족 수 증가, 노동과 주거 공간 분리 같은 변화를 반영한다. 다만 감시와 통제만큼은 공동체 공간에 소속된 모든 개인에 의해 이뤄진다. 그것이 일상화된 현대 도시 사회의 특정적 경향을 내포한다.


엄태화 감독은 김영탁 지휘 아래 단결하는 남성 주민들로 이를 구체화한다. 다수결로 외부인 배척이 결정되자 너 나 할 것 없이 몽둥이를 들고 장막을 친다. 신속한 결집의 바탕에는 군 생활 경험이 있다. 제대 뒤에도 기업에서 월급쟁이 군단의 징집병으로 일한 까닭에 빠르게 뭉친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의 견해대로다. "한국 군대는 한국전쟁 뒤 전투는 없었으나 30년간 산업규율학교를 세웠다. 한국 기업 문화를 지배하는 규율은 군사주의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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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감독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경제 발전을 추동한 군사주의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아파트 역사와도 관련이 깊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아파트단지의 이미지는 좋지 못했다. 순식간에 도시 중산층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한 배경에는 권위주의가 있었다. 인구 증가를 관리하고 봉급생활자들의 헌신을 유도하고자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를 대량 공급했다. 중간계급을 대단지 아파트로 모으고 주택 소유, 자산소득 증가 등의 혜택을 부여해 정치적 지지를 얻었다.

발레리 줄레조 프랑스사회과학대 교수는 저서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상호 혜택의 구조 때문에 한국의 도시 중산층과 중간계급 일반은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하층의 사회계층으로부터 공간적으로 분리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의 아파트단지는 권위주의 산업화의 구조와 특성, 여기서 비롯한 계층적 차별구조와 획일화된 문화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자 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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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황궁 아파트 주민들의 외부인 배척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지금도 단순히 집단 정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의견을 무시하거나 욕되게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타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에 대한 몰개념 속에 극단적 편견만 깊어진다. 황궁 아파트 주민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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