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빅블러(Big Blur)란 1999년 미국의 미래학자 스탠 데이비스와 크리스토퍼 메이어가 그들의 저서 ‘블러’ 에서 처음 사용된 후 파생된 용어로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했던 많은 경계선이 희미해지고 모호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2013년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조용호 저)’에서 최초로 제시됐다. 여기서는 최근 우리가 실제 경험하고 있는 빅 4 블러 현상을 살펴본다.
첫째,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미래 성장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소비자는 자신의 아바타들을 통하여 다양한 라이프를 살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의 경우 메타버스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부캐릭터로 가상세계를 살 수 있다. 현실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메타버스에서는 농구선수가 될 수 있다.
둘째, 시장과 비시장 환경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최근 기업에서 최고의 화두는 단연코 ESG다. 이제 기업이 영리활동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 환경 보호(E), 사회가치 구현 (S), 투명성을 실현(G) 하는 조직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ESG 개념의 확산이 바로 시장과 비시장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증거가 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의 세상은 디지털 휴머니티를 지향하는 마켓 5.0 시장이다. 기업 전략의 시야를 비시장으로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성공했지만 ESG라는 비시장 전략에서 실패하면 회사가 사라지는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최근 남양유업 오너의 몰락은 이 같은 트렌드의 대표적인 사례다.
셋째, 서양과 동양의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서양(유럽·미국)은 선진국, 동양(인도·중국·한국)은 개발도상국이라는 고정 관념과 경계가 급격히 희미해지고 있다. BTS 멤버 지민의 얼굴 모습을 가지기 위해서 2억원의 수술비를 투자하여 성형수술을 한 영국 청년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이제 서양이 한국과 중국에 두려움과 동경을 가지게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필자의 친구로 미국 중부에서 온 모 교수는 서울~부산 KTX를 타보고 열광하고, 런던에서 일하는 영국인 교수는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보고 감탄을 한다. 팬데믹 이후 4차 산업이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전면 경쟁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넷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팬데믹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의 약진이 계속되면서 쇼핑의 근본이 오프라인 유인 매장 방문에서 스마트 배달서비스로 변해버렸다. ‘배민’과 ‘쿠팡 잇츠’와 같은 O2O 서비스가 이제 기본이 되었고 ‘아마존 고’ 와 같은 무인 결제 O4O 매장들이 생기고 ‘라이브 커머스’가 일반적인 판매 채널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과 소매 서비스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TV홈쇼핑과 유튜브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사업의 성장은 금융 거래, 쇼핑과 외식 등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재창조하고 있다.
빅블러 시대에는 고정관념이 최대 적이다. 최근 파리바게뜨에서 ‘정통 짜장면’을 가정간편식으로 시켜서 먹을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파스타와 햄버그스테이크에 이어서 메뉴를 확대한 것이다. 소위 빵집에서 짜장면을 먹는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꼭 봐야할 주요뉴스
소주·맥주 1500원…식당 술값 수직 낙하, 사장님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