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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칼럼]지쳐가는 세계, 지치지 않는 거대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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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을 점차 해제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달 1일을 기점으로 대부분 점진적으로 봉쇄령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코로나19를 완전히 정복한 것은 아니다.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경제 문제나 정신적 피로도에 따라 파생될 수 있는 복합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봉쇄를 해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의 대응 방식과 해결 방안은 다양하다. 필리핀의 경우 지난 3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아세안 지역에서 가장 엄중하고 장기간 봉쇄 정책을 시행했다. 1일부터 봉쇄를 점진적으로 해제했지만 음식점에서는 들고 가기만 가능하다. 미용실, 마사지숍, 극장, 술집, 클럽 등은 모두 운영할 수 없다. 쇼핑할 때는 타임 테이블 카드를 사용해 1시간 이내에 마쳐야 한다. 싱가포르도 2일부터 필리핀과 비슷한 정도로 봉쇄 수위를 낮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았거나 마스크 미착용이 적발된 경우 당사자가 '다음에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플래카드를 목에 걸고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도록 했다. 또는 '규칙 위반자'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공공시설이나 공공 화장실을 청소하는 벌칙을 받도록 했다.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규칙 위반자들을 유령집에 가두는 벌칙을 시행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규칙을 위반하면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신분을 공개하고 즉각적으로 벌칙을 부여한다. 친구 혹은 이웃 집을 방문하는 것도 철저히 금지한다. 최근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외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세 차례 발견돼 6개월 징역 혹은 950만원의 벌금을 지불하도록 하기도 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어느 정도의 봉쇄 정책을 펼쳐야 할지는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마냥 문을 걸어 잠글 수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풀어줄 수도 없는 딜레마가 최대 난제다. 싱가포르에서는 봉쇄령이 발동된 기간 이웃별 소음 논쟁과 가족 내 폭력 발생 건수가 급증했다. 경제적 문제가 아닌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엄격한 봉쇄령을 시행하던 필리핀에서는 지난달 28일 하루 53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싱가포르에서는 기숙사 체류 외국인 노동자 확진자 수가 꾸준히 500~600명을 유지한다. 인류는 이 거대한 적과 어떻게 싸워야 할까. 아니 싸워 이길 수 있을까. 봉쇄 해제를 앞두고 마음이 복잡한 요즘이다.


김혜진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정치국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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