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방북단 이틀째…10·4선언 기념 공동행사 첫 개최

남북, 평양공동선언 이행 의지 담은 공동호소문 채택
만수대창작사 방문-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관람 일정
조명균-리선권, 평양선언 후속 논의 가능성

4일 저녁 평양에서 열린 10·4선언 합의 11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남북 공동 기념행사중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환영공연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리선관 조평통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평양공동취재단] 남북은 10·4선언 합의 11주년 기념 공동행사를 5일 평양에서 개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년 10·4선언에 합의한 이후 남북이 공동행사로 기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서해직항로로 방북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민관방북단 160명은 이날 오전 10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남북 및 해외 참석자들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 나가자는 내용의 공동호소문을 채택했다.

정인성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남북교류위원장은 공동으로 작성한 호소문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계속 전진시키고 새로운 역사를 펼쳐 나가야 한다”며 “이 땅에서 전쟁 위험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우리의 강토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사항으로 남측 대표단은 4~6일 사흘간 평양에 머물며 10·4선언 11주년을 기념한다.

방북 둘째 날인 이날 남북은 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조 장관과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위원장 간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회담 일정을 논의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기에 고위급회담을 열어 군사공동위원회와 적십자회담, 분야별 실무회담 등 일정을 합의한다는 입장이다. 공동대표단의 일원인 이 대표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간 면담도 이날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양측은 남북 국회회담을 비롯해 양측 간 교류 활성화 방안을 전날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방북단은 이날 공동 행사 뒤 북한의 미술작품 창작기관인 만수대창작사를 참관한다. 이곳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해외자산 동결 및 거래불가 단체로 지정한 곳이지만 대북제재위는 “관람 자체를 제재 위반으로 볼 순 없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문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도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북한 체제 선전 논란이 있었던 대집단 체조 빛나는 조국 관람 일정도 이날 예정돼 있다. 북측은 지난 문 대통령 방문 때처럼 체제 선전·찬양 내용을 줄이고 남북 간 화해 협력 분위기를 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방북단은 이튿날인 6일 노전 대통령과 북측 김 상임위원장이 2007년 심은 소나무가 있는 중앙식물원을 방문한 뒤 귀환한다.

한편 통일부는 이번 행사 비용과 관련해 2억8000만원 범위 내에서 치르는 것으로 지난 1일 남북협력기금 심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초청하는 쪽이 비용을 부담하는 관례를 깨고,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들어 북측에서 이뤄지는 당국 참여 행사에 비용을 지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는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업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유엔 안보리 제재에 예외에 관한 언급은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