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지출 ‘역대 최고치’
연간 300만원 이상 26% 달해
아이가 받아들일 단계 아니라면 역효과
주부 김모씨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다른 부모의 얘기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요즘 아이들이 사교육을 많이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글까지 하는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글은 제가 집에서 직접 가르치고 있다”며 “축구, 미술 등 예체능만 하고 있는데 무엇을 더 시켜야 하는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지출총액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영유아 대상 언어, 수학, 과학, 미술, 체육 등 학원이 성행하고 있다.
3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올해 1월16~20일 전국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20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글을 미리 배우고 입학하는 학생이 전체의 64.8%로 나타났다. 한글을 가르친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는 ‘학교에서 한글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생각해서(61.2%)’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한글을 아니까(32.1%)’ ‘다른 공부를 하기 위한 기초적인 수단이어서(32.1%)’ 등이었다. 우리 사회의 과도한 입시경쟁이 미취학 아동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박모씨는 만 4세 아이에게 월 40만원 정도 사교육비를 쓴다. 박씨는 “학원 1개에 주 1회 10만~20만원을 잡으면 된다. 전부 다 학원에 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어울리려면 어쩔 수 없다”며 “축구 9만원, 방문 미술 16만원, 수영 17만원이다. 얼마 전 다른 엄마한테 과학 교실에 같이 다닐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유아 조기 사교육은 일상이 됐다.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1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6%는 입학 전 사교육을 이용했고, 이 중 절반은 3개 이상을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만 5세 자녀가 다닌 사교육의 연간 총 과목 수는 3개 이상이라는 비율이 49.2%, 5개 이상 사교육을 받은 유아도 11.1%였다. 사교육을 3개 이상 시킨 집단에서 월평균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집단은 67.2%였고, 200만원 미만인 집단은 34.5%였다. 연간 30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한다는 응답은 26%에 달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들이 시작하고, 다른 부모들은 안 하면 뒤처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아이의 특성별로 효과가 좋을 수도, 안 좋을 수도 있다.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역효과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사교육은 사회적 문제지만 국가가 부모들을 막을 수는 없다"며 "오히려 사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박탈감을 느끼는 부모들과 아이들이 관건이다.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어떻게 지원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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