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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피해' 두려움에 떠는 몰카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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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가해자는 내 얼굴·집 주소까지 다 아는데
신상정보·수사과정 안 알려줘
몰카범죄 99.4%가 불구속 수사…증거 인멸 가능성
'2차 피해' 두려움에 떠는 몰카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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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망원카메라를 이용한 몰래카메라 피해를 당한 여성이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몰카 피해의 경우 가해자는 피해자의 주소 등 신상을 파악하고 있지만,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새벽 1시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A씨는 자택을 방문한 경찰로부터 피해사실을 접했다. 가해자는 A씨가 거주하는 22층 오피스텔에서 직선거리로 약 30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자정께 A씨의 나체를 촬영했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해당 건물 거주자가 112에 신고하며 발각됐다. A씨의 불안감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경찰은 가해자가 찍은 영상 화면만을 가지고도 한밤중 A씨를 특정해서 찾아낼 수 있었지만, A씨는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몰카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정보, 수사 진행 과정 등을 피해자와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A씨의 경우 피해를 입은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31일 가해자가 불구속 입건됐다는 소식을 본인이 재차 물은 끝에 전달받을 수 있었다.

수사를 맡고 있는 용산 경찰서 관계자는 "거리가 멀어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상을 특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사 진행 중 혼선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씨는 "내 집이 어딘지, 어떻게 생겼는지 가해자에게 모두 노출돼 수차례 경찰에 두려움을 호소했다"며 "하지만 경찰은 '절차에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며 민원 넣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토로했다.

몰카 범죄에 대한 경찰의 적극성도 문제다. A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사건 당일 "2주 전 (옥상에) 올라갔는데 호기심으로 줌을 당겨서 보기만 했고, 그날엔 우연치 않게 한 컷 정도 동영상을 찍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간적인 충동에 의한 범행이라고 보기 어려웠지만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은 현재 촬영에 사용된 카메라의 SD카드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분석 작업을 통해 여죄를 확인한 뒤 추가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가 사진 찍는 도중 현행범으로 잡힌 것이 아니었고,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선 영장도 발부 받아야 해 어쩔 수 없는 절차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경찰이 SD카드 분석 작업을 하고 있지만 가해자는 이미 인터넷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에 사진이나 영상을 저장했을 수 있다"며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 동안 증거를 인멸하거나 또 다른 저장기기에 자료를 옮겨 담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찰청은 불법촬영물과 관련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일선 경찰의 모습은 아직까지 다소 아쉬운 모습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몰카 범죄는 총 5363건이 발생해 이 중 99.4%가 불구속입건 상태로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체 몰카 범죄 중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우는 119건(2.2%)에 불과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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