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혁신위 "전 정부 시절 인권위의 반인권적 행태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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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국가인권위원회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전 정부 시절 인권위가 자행한 반인권적 행태를 반성하고, 인권위의 독립성과 책임성 강화 등을 위한 정책 권고안을 1일 발표했다.

혁신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사무실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권력 눈치를 보며 인권침해에 면죄부를 주는 등 설립 목적에 반하는 활동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거 사건을 조사했다”며 인권위 전반을 총망라한 권고안 공개했다. 지난해 10월30일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등 내·외부 인사 15명으로 꾸려진 혁신위는 지난달 29일까지 3개월 간 활동했다.

혁신위는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됐던 2008년부터 2015년까지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우선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전달한 인권위 직원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혁신위는 “청와대가 작성한 인권위 블랙리스트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라며 “진상 규명을 위해 인권위가 즉각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청와대가 인권위 직원 10여명의 개인 정보와 주요 사회 경력을 담은 문건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용산참사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라는 의견에 대한 법원 제출 지연, 인권위 직원 부당징계 및 성소수자혐오행사 배움터 대관 등을 언급했다. 인권위는 당시 조직이 대폭 축소되면서 40여명 넘는 인원이 감축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혁신위는 이러한 문제의 재발방지를 위해 “인권위 인권위원 자격기준과 결격사유를 구체화하고, 상임위원회 등의 투명성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혁신위는 각 정부부처에서 이뤄지는 인권영향평가가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업무계획 수립과 시행 등 전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라고 했다.

인권위 내에 존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단계별 계획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인권위에는 기간제, 무기계약직, 임기제 공무원 등 30여명의 비정규직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는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인권위 내에 혁신추진실무위원회(가칭)를 구성, 운영하라고 제안했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해 12월29일 첫 권고로 2010년 12월 인권위 정상화를 요구하며 서울 중구 무교로 당시 인권위 사무실 점거 농성에 참가한 뒤 숨진 고(故) 우동민씨에 대한 공식 사과를 한 바 있다. 이성호 인권위원장이 지난달 2일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열린 우씨 추모행사에 참석하며 인권위 변화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인권위 혁신위 조사에 따르면 인권위는 2010년 12월3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중구 무교로 당시 인권위 청사를 점거했던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을 위한 활동보조인 출입을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식사 반입을 제한하고, 난방도 꺼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