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의 '무(戊)'자는 고대에 창을 뜻하는 '모(矛)'와 동의어로 쓰였고 여기에 한 획이 더 붙은 '술(戌)'자는 도끼 '월(鉞)'자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 무술은 창과 도끼를 든 두 용사가 서로 맞서고 있는 모양새를 의미한다.(사진=www.amazon.com)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무술(戊戌)년인 올해는 '황금개띠해'로 통한다. 무와 술, 두 글자가 모두 음양오행상 '토(土)'의 기운으로 노란색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술'이란 글자를 풀어보면, 좋은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戊)는 '창'을 뜻하고, 술(戌)은 '도끼'를 상징한다. 지키는 '창'과 공격하는 '도끼'가 서로 목숨을 걸고 대치한 모양새다.
1898년 무술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적 격돌이 있었다. 당시 개혁세력인 독립협회가 주축이 된 '만민공동회'에서 개혁과 보수세력이 극한 대결을 펼쳤다. 만민공동회는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대중연설과 집회를 통해 정치세력으로 성장한 '광장정치'의 원조다. 귀천의 차별 없이 국민 누구나 나와서 국정과 사회문제에 대해 연설할 수 있었고, 관료들도 참여해 '관민공동회'라고도 불렸다.
초창기 만민공동회는 러시아와 프랑스 등 당시 열강의 이권 침탈행위를 물리치는 데도 공헌했고, 의회 설립운동과 같은 사회개혁에 앞장서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1년을 채 넘기지 못한 1898년 12월 막을 내렸다. 흔히 고종과 보수파 대신들이 의회설립운동에 반발해 황국협회를 세우고 집회를 집요하게 방해해 무너졌다 알려졌지만, 만민공동회 내부의 문제도 컸다. 만민공동회가 힘을 갖게 되면서 개혁의 방향성을 잃었고, 구태를 일삼는 정치조직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21세기 새로운 무술년을 맞은 우리 정치권은 과연 '무술년 징크스'를 넘을 수 있을까? 북핵문제, 경제문제, 정치개혁 등 갖가지 사회현안에서 그 어느 때보다 협력해야 할 정치권이 서로에게 창과 도끼가 되어 상대방을 '적폐'라 몰아세우는 요즘,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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