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병신년(丙申年)의 해가 저물면 정유년(丁酉年) 새날이 시작됩니다. 떠나보내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올 시간을 맞는 기대와 설렘이 교차하는 때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해넘이와 해돋이 명소에 대한 정보들로 넘쳐납니다. 해넘이야 세밑의 어느 때나 다녀올 수 있다고 쳐도 신년 해맞이는 1월 1일 딱 하루에 맞춰 떠나는 여행입니다.
이런 곳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새벽의 여명 속에서 새로 돋는 해를 기다립니다. 엄동설한의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태양을 기다리는 것은 보통 힘든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새해 첫날, 해맞이를 위해 마지막날 밤새 달려 거기까지 찾아가는 수고로움은 그야말로 대단한 정성입니다. 이런 정성에 감동한 붉은 햇덩이가 불끈 솟아준다면 보람이라도 있을 것입니다. 십중팔구(十中八九)는 연무가 낀 바다 너머로 빼꼼 고개를 내미는 작은해를 보는 게 고작입니다. 그럼에도 해마다 일출을 기다리는 인파들로 넘쳐나는 것은 왜일까요. 그들이 정작 보고자 하는 것이 해가 아니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해맞이에 '장소'는 큰 문제가 아닐 듯합니다. 해야 어디서든 뜨는 법이니까요. 어제의 해가 오늘의 해와 다를 리도 없습니다. 그곳이 어디가 됐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한 해를 시작하는 감격을 누구와 누리느냐는 것이겠지요. 해를 기다리는 이들은 모두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의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늘 어려울 때가 돼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들이지요. 그들에게 새해 첫날의 해돋이는 어쩌면 '일출의 목격'이라기보다는 '함께'라는 것이 더 큰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한 해를 살아갈 희망과 용기가 더 불끈 솟는 게 아닐까요.
조용준 사진부장ㆍ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