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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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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커플 김규진·김세연 씨 잡지 인터뷰 화제
지난해 정자 랜덤 기증 받아 임신 후 딸 출산
악플로 고충도…"실제로 보면 그런 말 못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아기를 출산한 레즈비언 부부가 한 잡지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전했다. 코스모폴리탄은 지난달 30일 '이 시대의 모던 패밀리'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소개했다. 이 중 동성 부부인 김규진(32)·김세연(35) 씨의 인터뷰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동성 커플 김규진(오른쪽)·김세연 씨가 딸 '라니'(태명)를 안고 있다. [이미지출처=코스모폴리탄 홈페이지 캡처]

동성 커플 김규진(오른쪽)·김세연 씨가 딸 '라니'(태명)를 안고 있다. [이미지출처=코스모폴리탄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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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뉴욕에서 정식 부부가 된 이들은 규진 씨의 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를 통해 국내에서 널리 알려졌다. 특히, 규진 씨는 지난해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무기명·랜덤 방식으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당초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지만, 그가 성 소수자에 개방적인 프랑스로 파견을 하게 되면서 임신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태어난 딸이 지난해 8월 세상에 나온 '라니'(태명)다.


규진 씨는 "원래는 저도 와이프(김세연)도 아이 생각이 없었다. 와이프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저는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었다"면서도 "마침 제가 프랑스로 파견을 하러 갔다. 정자 기증 센터와 접근성이 좋아지니 시작하기 용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 본사에 출근한 첫날, 이성애자 여성인 상사가 '가족들은 어디에 있냐'라고 묻기에 제가 '와이프는 한국에 있다'고 했는데, '애는 가질 거지?'라고 말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규진 씨가 딸을 임신했을 때의 모습. [이미지출처=김규진 인스타그램 캡처]

김규진 씨가 딸을 임신했을 때의 모습. [이미지출처=김규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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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임신을 위해 한국에서 시술받는 것도 고려했지만, 국내에서는 법적 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해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법적인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부부나 부모로서 법의 보호나 혜택 등을 누릴 수 없다.


규진 씨는 "나이가 들어 병에 걸리거나 돈을 벌 수 없게 되면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이 큰 문제가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이 사회가 바뀔 것"이라며 "동성혼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만 봐도 이미 2030은 과반이 찬성"이라고 주장했다. 또 "아시아에서 대만에 이어 태국이 동성혼을 법제화했는데 변화는 곧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연 씨는 "(동성 결혼) 법제화를 한다고 없었던 동성 커플이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동거 내지는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던 이들이 법적인 가족이 된다"며 "하루라도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이렇게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맘카페에서 있었던 일을 전한 김규진 씨. [이미지출처=김규진 엑스(트위터) 캡처]

지난해 7월 맘카페에서 있었던 일을 전한 김규진 씨. [이미지출처=김규진 엑스(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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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에도 악플 등으로 고충은 있었다. 규진 씨는 "맘카페뿐 아니라 모교 커뮤니티에도 올라오고, 와이프가 의사인 걸 밝혔는데 의사 커뮤니티에도 올라온다"며 "자기와 같은 커뮤니티에 속한, 얼굴과 실명이 밝혀진 사람인데도 욕을 한다"고 했다. 그는 "한 번은 맘카페의 악성 게시글에 '저도 엄마여서 여기에 있다'라고 댓글을 단 적이 있다. 그랬더니 너무 죄송하다고 지우시더라"며 "그들이 저희를 실제로 만나면 절대 그런 말을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혈연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세연 씨는 "서로 사랑하고, 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가족"이라며 "거창한 것 없다"고 답했다. 규진 씨도 "민법상 가족 범위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는 물론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까지"라며 "그런데, 후자의 경우 '생계를 같이 할 경우에만'이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 '함께 지내는 게 가족'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혈연만이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고, 와이프가 말한 것처럼 서로를 가족이라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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