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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남설악 만경대가 열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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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는 뜻으로 흔히 만경대(萬景臺)란 이름이 붙곤 합니다. 수많은 경치를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전망대란 뜻입니다. 빼어난 경관을 품은 강원도 설악산에는 특이하게도 만경대가 세 곳이나 있습니다. 속초시 외설악 화채능선 만경대, 인제군 내설악 오세암 만경대, 그리고 양양군 오색지구 남설악 만경대입니다. 세 곳 모두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당시인 1970년 3월부터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금단의 땅입니다. 이중 46년간 꽁꽁 숨어 있던 남설악 만경대가 지난 1일 빗장을 풀었습니다. 가을 단풍철인 11월15일까지 한시적 개방입니다.

 남설악 만경대는 대청봉의 웅장함과 흘림골, 주전골의 화려한 단풍을 동시에 굽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전망대에 서면 만물상 등 기묘한 바위들이 많아 '작은 금강산'으로도 불립니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성해응의 '동국명산기'에는 '이곳 만경대에 오르니 많은 봉우리들이 빼어난 경치에 이른다'고 묘사했습니다.
 이쯤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그동안 한 번도 열어주지 않았던 금단의 빗장을 푼 것일까요. 그것은 탐방객들을 배려한 것도, 설악의 깊은 속살을 더 보여주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순전히 설악산 오색지구 상인들과 양양군 주민들의 생계 때문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오색지구 흘림골 탐방로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발단입니다. 지난해 8월 초 탐방로에서 100톤짜리 바위가 굴러 떨어져 인명사고가 났습니다. 사고 직후 공단은 탐방로의 빗장을 굳게 닫아걸었습니다. 탐방로 폐쇄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생계가 막연해진 상인들과 주민들이 단풍시즌 흘림골 개방을 요구했습니다. 공단 입장에서는 산사태가 난 구간을 열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흘림골 대신 만경대를 잇는 '둘레길'을 제안했습니다. 기왕 개방되고 있는 주전골 계곡과 만경대를 잇는 원점 회귀 탐방로를 조성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출발지점과 종착지점을 오색지구로 정해놓은 건 당연히 지역 상인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단풍시즌을 코앞에 둔 상인들은 논란 끝에 제안을 받아 들였습니다. 공단의 최종 안정성 평가 결과 흘림골 구간이 다시 열리면 만경대 구간은 금단의 땅으로 되돌아갑니다. 반세기 동안 닫혀 있던 만경대가 임시로 열린 이유입니다.

 궁금한 건 또 있습니다. 이름입니다. 만경대냐, 아니면 망경대(望景臺)냐 그것입니다. 지난 주말 탐방로를 찾은 관광객들이 전망대 명칭을 놓고 설왕설래했습니다.
 설악산사무소는 망경대라는 입장입니다. 공원 지정 당시 서류에는 망경대로 표시돼 있는데 어느 순간 만경대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주변 경치를 관망할 수 있는 곳이라 망경대로 불렸는데 바로 앞 만물상을 볼 수 있다는 의미로 만경대로 바뀐 것 같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사연을 들어도 대부분의 탐방객과 주민은 다소 생소한 망경대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것이지요. 만경대가 더 친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튼 탐방로가 열린 이유나 만경대든 망경대든 이름이 무엇 그리 중하겠습니까. 설악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주전골과 만물상을 굽어보는 전망대가 열린 것이 더 중하겠지요. 그것도 46년 만에 말입니다. 서둘러 신발장에 고이 모셔둔 등산화를 꺼내십시오. 가을은 한순간입니다.

  조용준 사진부장ㆍ여행전문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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