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롱크스 공원의 양지바른 곳에 이 나무를 온전하게 살려내는 데 들어간 시간은 10년. 추모공원 개장에 맞춰 11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무의 밑둥치와 가지 아랫부분은 까맣게 탔지만 그 위로 새롭게 돋아난 가지는 제 색깔을 지니고 있어 뚜렷한 대조를 보여준다. 새롭게 돋아난 가지에 무성하게 달려 있는 초록 잎은 햇살에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생존나무(survival tree)'라고 부른다.
소방관과 경찰이었던 형제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진 것, 비행기를 함께 탔던 가족의 이름이 함께 새겨진 것 등이 이런 과정을 거쳐 가능하게 되었다. 이름을 배치하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과정이었으며, 또한 치유의 과정이기도 했다. 동판에 새겨지는 이름이라도 서로 사랑하고, 함께하고픈 사람들을 묶어주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추모공원을 나서면 바로 앞에 있는 소방서 벽에 동판 벽화가 설치돼 있다. 벽화에는 용감하게 인명 구조작업을 하고 있는 소방관의 모습이 새겨져 있고 "우리는 영원히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9ㆍ11 테러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고 현장을 수습하려다 목숨을 잃은 343명의 소방관을 추모하는 벽화다. 옆에는 343명의 사진과 이름, 당시 직책 등이 쓰여 있는 큰 액자가 걸려 있다. 지난 5월15일에는 추모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테러가 나기 전의 모습을 일부 간직하고 있는 지하 공간에 의미 있는 여러 가지 자료 등을 모았는데 개장 이후 많은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고 있다고 한다.
숭례문 복원사업에서도 충분히 그 폐해를 보지 않았는가.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정권이 바뀌어도 멈추지 않고 굳건하게, 끝까지 사후대책, 안전대책, 추모공원 건립 등을 해내야 한다. 국민도 그 과정을 잊지 않고 끈기 있게 지켜보고 참여해야 한다.
이은형 미조지 폭스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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