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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투표해야 세금 적게 낸다

최종수정 2014.06.03 11:10 기사입력 2014.06.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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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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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이지만 정치인들은 선거 때 자신이 한 약속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고선 자신들이 믿지 않은 공약(公約)을 유권자들이 믿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는 것이다. 웃자고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속이는 자'와 '속는 자'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투표는 한 국가의 민주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생명줄이다. 투표란 유권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투표한 후보자의 공약에 대한 재정 부담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사 표시이기 때문이다. 이는 프랑스 계몽사상가 루소가 말한 국가와 유권자와의 사회계약(contrat social)론과 맥을 같이 한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의무 부담은 물론 권리 주장도 소극적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다.
민주주의는 왕정 체제와 달리 사회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로 시행착오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 특히 투표를 통해 '헛된 약속(空約)'을 하는 후보자를 가려내야 한다. 재정 부담이 큰 공약일수록 그러하다. 6ㆍ4 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단체장의 주요 공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모두 더하면 약 316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지방세 수입이 60조원 언저리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공약이 얼마나 허황되고 비현실적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국가(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 등을 받아 할 일도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의 성사 여부는 '주는 자(국가)'가 결정할 일이지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도할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 대부분은 개발 공약이다. 공항부터 고속도로, 항만, 고속철도, 지하철 등 대다수가 토목건설 사업이다. 하기야 멀쩡한 강줄기를 돌리고 소백산을 뚫어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자연파괴형 공약도 있었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지방선거는 지방 살림을 야무지게 함으로써 해당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며, 어린 자녀의 교육과 안전한 생활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것이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에게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는 선거보다 지방선거가 자신의 삶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지고 보면 수백~수천억원이 들어가는 공항이나 고속도로 건설 등 대규모 토목사업은 지방정부의 몫이 아니다. 국가, 다시 말해 국회의원이 정부 예산안을 심의해 결정할 일이다. 통일ㆍ안보ㆍ외교 분야 등 국가의 거대 담론 결정도 대통령 선거에서 논의돼야 할 이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러쿵저러쿵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지방선거 투표율이 총선이나 대선보다 낮은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 우리네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지방선거에서 참정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가의 대사를 논할 것인가. 논리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지방 행정이 하나하나 모여 국가 행정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

아울러 이제 '우리가 남이가'식의 묻지마 투표 행태는 졸업할 때가 됐다. 그렇게 한들 해당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대 선거에서 대통령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구 지역의 경제 및 재정 상태가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광주나 부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허무맹랑한 공약을 한 정치인은 투표로 퇴출시켜야 한다. 그래야 지방재정이 튼튼해진다. 지방재정이 건실해야 국가재정도 충실해진다. 공약을 남발해 당선되는 자가 따로 있고, 그 공약을 뒤치다꺼리 하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자가 따로 존재하는 모순을 시정해야 한다.

투표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차제에 '투표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자.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에게 공과금 등을 감면해주는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헛된 공약(空約)을 이행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 한 번 시도해보자.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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