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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꼬리와 꽁지 차이(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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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

낱말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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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이지만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그 차이를 말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하지만 차이를 말하기 어렵다 뿐이지, 차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섬세하게 그 어감과 어의를 파악해서 일상생활에서 불편없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꼬리와 꽁지도 그렇다. 얼핏 보면 같은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다른 것이다. 꼬리는 대개 포유류나 파충류, 어류 등에 붙은 것이고 꽁지는 조류에 붙은 것이다. 가끔 그 표현이 넘나들기는 하지만 기본은 그렇다는 얘기다. 꼬리가 지녀야할 특징은, 살과 뼈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그냥 털만 이어진 것은 꼬리라고 부르지 않는다. 새의 꽁지는 살이나 뼈가 아니라 도톰한 꽁무니에 꽁지깃털이 붙어 있는 것이다. 꼬리는 몸체와 같은 속성이 어느 정도 유지된 것이고, 꽁지는 털로 이뤄진 것이다. 대개 꼬리가 잘리면 상당한 타격이 있고 꽁지가 빠지는 것은 그보다는 덜하다.
또 꼬리는 그 안에 뼈와 살점이 있기에, 꽁지보다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표현의 차이가 발생한다. 꼬리를 칠 수 있지만 꽁지를 (꼬리치듯) 칠 순 없다. 꼬리를 치는 동작은 꽤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꼬리처럼 꽁지도 밟힐 수는 있고 밟을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꼬리를 흔드는 것은 꽤 힘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새도 꽁무니를 잘 움직이면 꽁지를 흔들 수는 있다. 꽁지를 흔드는 일은 바쁘게 걷다보니 우연히 그런 것이지 그 자체가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긴 좀 그렇다. 또 꽁지는 물 수도 있지만, 꼬리를 문 것처럼 결합이 단단해보이지 않아 잘 쓰지 않는다.

꼬리는 들키거나 드러날 수 있다. 꽁지도 물론 그럴 수 있겠지만 꽁지는 대개 자기 의지로 감출 수가 없는 것인지라, 들킬 일도 문득 드러날 일도 없다. 꼬리는 뜻대로 잘 움직이기에 꼬리를 잡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꽁지는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어 꽁지를 잡았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달릴 때 꼬리가 빠지게 뛴다고 표현하는 것은 꽁지가 빠지게 뛴다는 말보다 생생하지 않다. 꼬리는 뛰는 일 쯤으로 빠지는 물건이 아니지만 꽁지는 꽁무니를 실룩이다 보면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용두사미는 용의 머리에 뱀 꼬리를 단 것이다. 이게 실망감을 주는 까닭은 하나의 몸체가 두개의 동물로 구성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봉두작미라고 써도 될까. 머리는 봉황인데 꽁지는 참새꽁지. 그것도 우습겠지만 생물을 기형으로 만들거나 죽이지 않고도 꽁지쯤은 옮겨달 수 있기에 용두사미만큼 놀랍지는 않다.
꽁무니는 뭔가. 이건 정말 멋진 말이다. 등뼈가 내려가다 끝나는 지점에 생기는 볼록한 살점이다. 등뼈의 움직임을 그나마 최소한 반영할 수 있는 종착역이다. 이 부위에 꽁지깃이 달린 새에겐 꽁무니가 꽤 중요하게 쓰인다. 다른 동물이나 사물에게 꽁무니는 대개 엉덩이와 비슷한 의미이다. 차의 뒤를 꽁무니라 하는 것은 그런 경우이다. 꽁무니를 뺀다는 말과 꽁무니가 빠지도록 달린다는 말은 대개 조류의 특징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꽁다리는 짤막하게 남은 끄트머리나 동강을 말하는데, 가끔 꽁지나 꼬리와 넘나들어 쓰지만, 그렇게 스면 촌스럽고 대개 식물이나 다른 사물에 쓴다.

그럼 꼭지가 돌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꼭지는 그릇의 뚜껑이나 기구, 식물 따위에 붙은 볼록한 것으로 대개 손잡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돌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스팀주전자나 압력밥솥의 꼭지를 생각하면 된다. 그 꼭지는 안에서 열을 받으면 그 내압을 꼭지에 있는 구멍으로 표출한다. 그때 살짝 꼭지가 돌기에 사람들은 그냥 봐서는 알 수 없는 밥솥과 주전자의 내부상황을 그것으로 짐작한다. 열받았다, 스팀받았다는 것과 같은 계열의 속어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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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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