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설법(對機說法). 이런 말을 들어봤는가. 들어보지 않았다면, 기억해두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인도에서 온 달마가,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전통도 다른, 중국에다, 낯설 수 밖에 없는, 어떤 신념체계를 풀어놔야 할 때, 당연히 막막했을 것이다. 불교에 대한 이해도 0.1%. 그런 친구들에게 오랫동안 쌓인 이론체계들을 내미는 일은 전혀 씨가 먹히지 않는 소통방식이다.
달마는 중국의 사고방식, 지적 수준, 계층별 취향의 차이를 연구한다. 그래서 그 타겟에 맞게 말하는 방식을 바꾼다. 이것이 바로 대기설법이다. 듣는 사람의 근기(根機, 뿌리와 사고방식)에 맞춰 진리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것은 요즘의 커뮤니케이션 제1장제1절이 아닌가. 응기접물(應機接物)이라고도 한다. 타겟을 고려하여 스토리를 맞춤으로 제공하라는 의미이다. 문자를 통한 전달을 피했던 것은, 당시 대중의 삶 속에 문자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는 직설과 명쾌함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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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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