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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1초, 데드라인 그리고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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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 하면 지나가버리는 시간, 1초. 붙잡을 수도, 막을 수도 없는 한 순간. 1초는 그렇다. 이제 오나 싶으면 어느새 스쳐가버린다. 바람같은 찰라다. 조급하고 촉박하다.

'1초'는 그러나 누군가에겐 시간이 멈춘 영겁(永劫)처럼 아득하다. '피겨 퀸' 김연아 선수의 소치올림픽 쇼트프로그램(2분50초) 열연에 취한 관중들은 마지막 1초까지 숨을 죽였다. 이상화 선수가 500m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우승한 것은 2위 선수를 불과 0.36초 앞선 쾌거였다. 100분의 1초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한 여자 알파인 스키 활강에서는 이례적으로 공동 1위가 탄생했다. 앞서 2013년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남자 500m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모태범 선수는 2위를 0.002초 앞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 2009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는 금메달과 은메달 주인이 1초 차이로 엇갈렸다.
'1초'는 가상 세계에서도 극적 장치로 자주 등장한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에서 여자 주인공 데이지(케이트 블란쳇)가 1초만 더 빨리 신발끈을 묶었다면, 아니 택시가 1초만 먼저 도착했다면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무용수로 성공했을 테고, 남자 주인공 벤자민(브래드 피트)과의 인연도 달라졌을 것이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에서는 현수가 운전하는 차가 세령호 주변을 조금만 더 빨리 지나갔다면 세령이라는 여자아이를 치지 않았을 테고, 그의 가족도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운명을 가르는 '1초'에는 언론도 웃고 운다. 분초를 다투는 온라인 속보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하고, 지면 마감은 치열하다못해 처절하다. 이 기사는 이래서, 저 기사는 저래서, 별의별 이유로 아침마다 소란스럽다(석간 신문은 오전 11시가 마감이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신경은 날카로워진다. 마감을 독촉하는 데스크의 목소리가 널뛰고 기자들의 맥박은 날뛴다. 급기야 여기저기서 육두문자가 설친다. 그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면 어김없이 밀려드는 정적.

마감의 영어 표기인 데드라인(deadline)은 이런 긴박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포로수용소를 지을 돈이 없어 포로들을 개활지에 모아놓고 사각형 선을 그은 뒤 선을 넘으면 탈옥으로 간주해 총살했다는 데서 따온 데드라인. 그만큼 절박하게 마감을 지켜야 하는 것은 기자의 숙명이다. 바로 그 '1초' 때문에 오늘도 우리는 웃고 운다. <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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