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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 실패' 후 사업자도, 노인도 등 돌렸다[시니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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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세 5만원 vs 보증금만 20억, 이유는

2000년 실버타운 실패 이후 인식 안 좋아져
초고가시설- 공공주택 양극단으로 갈라져
민간사업자들 지원책 없어 검토만 하다가 포기

▲지난달 26일 서울의 광진구의 한 공원 나무 그늘 아래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지난달 26일 서울의 광진구의 한 공원 나무 그늘 아래서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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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실버타운'이 주목받던 때가 있었다. "늙으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살아야 한다"는 바람을 타고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지방에 전원형 실버타운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유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병원이 멀고, 교통이 불편했다. 노인들에겐 전원형 실버타운은 '경치 좋은 감옥'이었다.


당시 건설사들도 문제였다. 건설사가 생각하는 실버타운의 핵심은 운영이 아니라 분양이었다. 짓고 팔고 이익이 남으면 운영은 나 몰라라 '먹튀(먹고 튀기)'하기에 바빴다. 당시 수억 원을 주고 분양받았다가 기대와는 달리 관리가 전혀 안 되고 법적 소송까지 휘말리자 "전 재산을 잃었다"는 실버타운 입소자들의 피해 사례가 언론을 통해 쏟아졌다. 노인주택에서만 16년째 일한 한 운영자는 "그 이후로 민간이 짓는 노인주택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더 시들해지고 어르신들도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실버타운 실패 이후, 관심 증발

실버타운이 할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실버타운의 실패 이후 우리나라 노인주택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초고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증금만 20억원이 넘는 시설과, 홀로 살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월세 5만원짜리 공공주택으로 갈라졌다. 초고령 사회 진입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노인주택 시장은 대중화의 발판도 마련하지 못한 채, '수요'와 '필요'에 따라 양극단으로 갈라진 것이다.


노인주택 시장이 이 같은 기형적 구조를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고령화에 대한 문제 인식 부족이 꼽힌다. 고령화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최근의 일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20년만 해도 65세 인구는 815만명에 그쳤다. 그런데 20년 뒤에는 1724만명(2040년)으로 두 배 이상 많아진다. 2050년에는 1891만명까지 늘어난다. 1차 베이비부머가 할아버지, 할머니 꼬리표를 달면서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2020년 전에는 고령화를 예상했더라도 대응에 나서기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실버타운 실패' 후 사업자도, 노인도 등 돌렸다[시니어하우스] 원본보기 아이콘

유애정 건강보험연구원 통합돌봄연구센터장은 "일본도 고령화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처럼 고소득층이 가는 주택과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밖에 없었다"며 "2010년 고령화율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중산층 노인들을 위한 주거 형태가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지금 그 과정을 뒤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복지법, 1970년대 입법 배경 그대로

노인주택에 대한 정부 관심도 부족했다. 시니어타운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의 법률상 정식 명칭은 '노인복지주택'이다. 김정하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 박사는 "우리나라 노인복지주택의 근거가 되는 '노인복지법'은 여전히 1970년대 시대적 상황을 입법 배경으로 하고 있다"며 "'보편적 노인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무의탁 노인 같은 저소득층을 위한 기초적인 법"이라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노인복지주택은 정부 지원이 전혀 없었고, 민간에서 자부담으로 공급해야 해 여러 형태가 등장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지난달 3일 용인시 노인복지주택인 스프링카운티자이에서 입주민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달 3일 용인시 노인복지주택인 스프링카운티자이에서 입주민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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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들도 선뜻 뛰어들기 힘든 구조였다. 짓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짓고 나서 어르신들을 위한 서비스를 책임지고 제공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노인복지주택 업계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는 지어서 분양만 하면 되니까 사업사들이 머리 아플 일이 없는데, 노인복지주택은 임대사업이라 입주자들이 들어오면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복지주택에 '복지'라는 말이 붙는 것은 그만큼 입소자에게 맞는 식사·건강·여가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의미인데, 사업자들은 이 사업을 지속해서 할 수 있을까, 수익이 날 수 있을까 검토만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어르신들도 노인복지주택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년 전 발표한 '노인실태조사보고서'(2020년 기준)를 보면 노인 중 10명 중 7명꼴로 '모른다'고 답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돌봄이 필요한 후기고령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노인복지주택 숫자는 2018년 35개, 2020년 36개, 2022년 39개로 비슷한 상태가 이어졌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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