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되 형체가 없으며 무색무취의 유령 같지. 불꽃처럼 한순간 타올랐다가 이내 사그라들곤 해. 잠잠하다가도 뜬금없이 포악해지고 또 한없이 감동적이기도 하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변덕쟁이. 나는 누구일까, 궁금하지?
지난해가 전성기였어. 꽃피는 봄이었지. 자고 일어났더니 법무부 차관이란 분의 성접대 의혹이 터졌더라구. 아수라장이 됐지. '고위 공직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탄식이 쏟아졌어. 의혹이 또 다른 의혹을 낳으면서 논란은 영원할 것 같았어. 그런데 이내 다른 내가 나타난 거야. 남양유업 직원의 욕설 파문이었지. 녹음 파일이 공개되고 검찰 압수수색까지 사태가 막장으로 치달았어. 하지만 웬걸, 그새를 참지 못하고 또 다른 내가 끼어들었어. 대통령을 따라 미국 잘 다녀오겠다던 청와대 대변인이 사고를 친 덕분(?)이야.
자연스레 이전의 나들은 뒷전으로 밀렸어. 네티즌들이 남양유업 직원들의 사과를 '윤○○ 대변인, 감사합니다'라고 패러디한 이유를 알겠더라고.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좋아하는 부류는 기자(記者)야. 자기네 기사가 나를 탄생시키길 바라는 거지. 그들은 그것을 '특종'이라고 부르더군.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지. 내가 좀 귀한 몸이거든. 그래도 나를 보고 싶다면 제발 부탁이야. 갈등보다는 화합, 분노보다는 환희, 절망보다는 희망의 나를 불러주길 바래. 그래야 모두가 행복해지니까.
<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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