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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초록 원시림, 꽃들의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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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곰배령 숲길&야생화

인제 곰배령은 봄부터 가을까지 진귀한 야생화와 산약초들이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즈음 설피밭에서 곰배령에 이르는 길은 하늘을 가리는 짙은 원시림과 맑은 계곡을 따라 걷는 정취가 오히려 더 아름답다. 사진 위 왼쪽부터 매발톱꽃, 큰구슬붕이,애기똥풀,전호,벌깨덩굴,미나리아재비.

인제 곰배령은 봄부터 가을까지 진귀한 야생화와 산약초들이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즈음 설피밭에서 곰배령에 이르는 길은 하늘을 가리는 짙은 원시림과 맑은 계곡을 따라 걷는 정취가 오히려 더 아름답다. 사진 위 왼쪽부터 매발톱꽃, 큰구슬붕이,애기똥풀,전호,벌깨덩굴,미나리아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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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여행전문기자 조용준 기자]점봉산 곰배령에 들었습니다. 천상의 화원으로 가는 진초록 원시림의 길입니다. 숲은 저마다 다른 채도로 반짝이는 잎으로 온통 신록의 바다입니다. 달큰하고 성성한 원시림의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갑니다. 야생화 밟으랴 걸음은 조심스럽고 숲은 깊어집니다. 눈을 감고 원시림의 기운을 느껴봅니다. 왈칵 진초록의 물줄기가 쏟아집니다. 어느새 몸과 마음까지도 초록으로 물들었습니다. 이윽고 하늘이 열립니다. 천상의 화원에 닿았습니다.
 
점봉산(해발 1424m)은 한계령(1004m)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1707.86m)과 마주하고 있다. 산의 품은 한없이 깊고 깊다. 그 깊은 품에서 나무가 자라 숲이 되고, 다시 다른 나무에게 자리를 내주는 천이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점봉산은 '활엽수가 이룬 진초록의 원시림'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이 원시림 끝에 점봉산을 넘는 부드러운 고개가 있다. 바로 곰배령이다. 하늘을 보고 드러누운 곰의 배처럼 생긴 완만한 봉우리다.

곰배령에는 사철 진귀한 야생화와 산약초가 지천에서 피어나 천상의 화원을 이룬다.
이즈음 곰배령의 주인은 야생화와 원시림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야생화들이 만발하는 곰배령에 여름꽃들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전호, 벌깨덩굴, 동자꽃, 곰취꽃, 노루오줌, 각시취, 미나리아재비ㆍㆍㆍ. 꽃 이름을 대기조차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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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핀 여름꽃을 보려면 8월이나 되어야겠지만 지금 곰배령에 가는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목적지로 '가는 길' 때문이다. 하늘을 가리는 짙은 숲과 맑은 계곡물이 쏟아지고 양치식물이 그득한 초록빛을 만날 수 있다. 말 그대로 원시림의 풍광에 압도되는 길이다. 누구는 이 길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도 했다.
지난 주말 곰배령에 들었다. 길 초입부터 왼쪽에는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오른쪽으론 야생화 군락지가 끊이지 않았다. 원시림으로 든것을 환영이라도 하듯 휴대폰이 바로 불통이다. 그러자 길섶에 피어난 노란색 미나리아재비가 반기며 길동무를 자청한다. 카메라를 대니 햇살을 가득 머금은 꽃잎이 수줍게 반짝거린다. 그 옆으로 자줏빛을 띤 갈색의 매발톱꽃이 기세등등하고 범꼬리는 바람에 한들 한들 춤을 춘다. 한 발 한발 숲속으로 발을 들일수록 야생화가 앙증맞게 맞이한다.

폭포수가 기운차게 쏟아지는 길옆 숲에 새하얀 캔버스가 눈길을 잡는다. 사진작가 김아타가 허가를 얻어 설치해 놓은 캔버스에는 곰배령의 자연이 하나 둘 담겨지고 있다.

계곡길을 따라 1.7km쯤 걷자 소나무숲이 우거진 마을이 나온다. 강선마을이다. 막걸리, 부침개 등을 팔며 민박을 겸하는 집도 있다.
강선마을 끝머리에서 돌다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곰배령을 향한다. 여기서부터 곰배령 정상까지는 3㎞. 간이화장실 하나 없는 원시림이다. 호흡이 가빠질 이유가 없을 만큼 부드러운 완만한 오르막 숲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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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점점 깊어진다. 이 길에서는 탄성이 절로 터진다. 신갈나무와 당단풍,거제수나무,박달나무,서어나무,난티나무,들메나무ㆍㆍㆍ.활엽수들이 활개를 펴고 그늘을 만들고 있다. 그늘 아래는 고사리류의 양치식물인 관중이 마음껏 잎을 펼치며 산비탈을 점령했다. 활엽수의 짙은 숲 그늘, 그리고 바닥을 차지한 양치식물로 인해 세상은 온통 초록바다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 이 길을 걸으면 푸른 비에 젖는 착각이 들 정도다. 안개라도 자욱한 아침나절에는 한결 더 신비롭다.

지대가 높아질수록 야생화가 잇따라 등장했다. 꽃이 독거미처럼 해괴하게 생긴 삿갓나물을 만나고 보라빛 잎파리를 벌리고 새하얀 수염을 토해내는 벌깨덩굴도 있다.

어찌나 숲이 짙은지 한줄기 햇볕이라도 받기 위해 가지를 기묘하게 뒤튼 나무들이 작품처럼 서 있고, 밑동만 남은 거대한 주목은 탐방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늘이 열렸다. 천상의 화원 곰배령에 다 온 것이다. 그 깊고 짙은 활엽수림이 사라지고 정상은 드넓은 초지다. 백두대간 너머로 웅장하게 치솟은 설악산 대청봉과 중청봉이 손에 잡힐듯 다가온다.
곰배령 정상은 온통 야생화밭이다.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곰배령 정상은 온통 야생화밭이다.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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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깔아놓은 나무데크를 따라 가면 산림대장군, 산림여장군 앞에서 길이 끊긴다. 점봉산으로 넘어가는 대간 길목은 출입금지다.

곰배령 초지엔 초여름 야생화가 활짝 피웠다. 하얀 전호를 비롯해 미나리아재비, 쥐오줌풀, 매발톱 등 형형색색의 꽃들이 '꽃대궐'을 이뤘다. 마치 식물도감을 펼쳐놓은 것처럼 화려한 꽃물결이 먼 길을 걸어온 탐방객을 반긴다. 곰배령의 야생화는 여름이 깊어갈수록 더욱 더 만개할 것이다. 여름꽃은 7월말에서 8월이 절정이다.

천상의 화원에서 넋을 놓는 사이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켰다. 곰배령을 찾은 모든 탐방객은 오후 4시까지는 내려가야 한다. 반나절 흠뻑 누린 진초록 원시림의 숲길을 되밟아 아쉬운 발길을 내딛는다. 권혁소의 곰배령의 한구절이 떠오른다. '점봉산 가는길/ 오늘은 곰배령까지만 간다 거기 지천으로 피웠다 동자꽃/동자꽃 안주하여 술 한 잔 마신다ㆍㆍㆍ/물봉선도 취하고 노루귀도 취하고 바람꽃도 취한다/마을로 내려와 안개를 토했다'

곰배령(인제)=글 사진 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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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가면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양평ㆍ홍천간 국도를 타고 인제방면으로 가다 철정검문소에서 우회전해 451번 지방도를 타고 상남까지 간 후 31번 국도에서 현리교와 쇠나드리교를 지나면 곰배령주차장이다. 인제읍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가는길은 내린천을 따라 가는 드라이브길로도 좋다.

△곰배령탐방=점봉산일대는 천연원시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생태계의 보고다. 그래서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탐방객들이 둘러볼 수 있는 건 곰배령 정상까지 왕복 10km 뿐. 매달 20일 산림청 홈페이지(www.forest.go.kr)에서 다음 달 탐방 예약을 해야한다. 하루 고작 200명이다. 설피밭이나 강선마을에 묵은 투숙객들은 확인을 거쳐 곰배령에 오를수있다. 문의 인제국유림관리소(033-463-8166~7)

△먹거리=진동계곡길에 있는 '진동산채집(033-463-8484)'은 석이버섯, 목이버섯, 참나물, 취나물 등을 내는 산채비빔밥으로 유명하다. 방동막국수(033-461-0419)의 막국수맛도 좋다. 강선마을과 설피밭에도 음식을 파는곳이 여러있다.

△볼거리=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방동약수터가 유명하다. 탄산, 망간 등을 함유해 이장병 등에 좋다는 소문. 이밖에도 진동계곡, 아침가리계곡, 방태산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여름이면 내린천 레프팅도 해볼만 하다.



여행전문기자 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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